새누리 '법 체계 유지' 명분 챙기고 유족은 신뢰 인사 추천' 실리 확보
"자칫 강성 인사 낙점 소지" 부담도, 靑 태도변화가 결국 관건될 듯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27일 두 번째 면담을 가지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세월호특별법 논의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현실적으로 당장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지만, 상대적으로 불신의 골이 깊었던 양측이 이틀만에 다시 만난데다 특히 이날은 핵심쟁점에 대한 서로의 의중을 확인하는 논의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검 추천권이 핵심… 다양한 협상안 거론
현재 세월호특별법 논의는 사실상 새누리당과 유가족이 양측간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협상 당사자로서의 입지를 상실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실질적인 협상은 유가족과 한 뒤 형식상의 여야 합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유가족 사이의 논의는 이미 특별검사 추천권 문제로 좁혀졌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다수의 유가족들이 여전히 진상조사위에 수사권ㆍ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여권 전체가 이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현실 또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회동에서 유가족은 특검에 중립적인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는 전제 하에 특검후보자추천위 구성과 관련한 복수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몫 4인의 추천권을 야당이나 진상조사위가 행사하는 방안, 국회 몫 추천 대상자 풀을 유가족이 제시하는 방안 등이다.
특히 국회 몫 특검후보자추천위원을 유가족이 제시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동의하는 형식인 경우 새누리당이 법적인 추천권을 유지하되 유가족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의견 접근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 체계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명분과 신뢰 가능한 인사 추천이라는 유가족의 실리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원로들도 이 방안을 새누리당 지도부에 제시했고,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일각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리도 수용 가능한 범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권 일각에선 진상조사위에 수사권ㆍ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소수 목소리에 불과한 상태다. 대신 “유가족이 신뢰할 수 있는 특검이 임명돼야 한다”(재선 김용태 의원)는 공감대는 상당히 형성돼 있다. 28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초재선 의원모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충격과 분노를 감안할 때 유가족들의 요구를 이해당사자라는 이유로 배제하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실상 기존 여야 원내대표간 잠정합의에서 새누리당이 반 발짝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靑 입장이 관건
세월호특별법 논의를 둘러싼 극한 대치정국을 매듭짓기 위해선 결국 청와대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만 놓고 보면 여야ㆍ유가족 간 징검다리 3자 논의의 창구가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로 단일화되어 있고, 박근혜 대통령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인 김무성 대표는 뒤로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가 자율성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문제 삼은 뒤 특검 수사의 칼날이 청와대를 향할 것이란 우려가 여전히 청와대 내에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특검 추천권에 대해 양보했을 경우 자칫 강성의 야권 인사가 특검이 될 소지가 있어 청와대로선 특검 추천권에 대해 민감하게 주시할 수 밖에 없다.
유가족 측이 29일 3차 면담을 요구한 데 대해 내주 초로 미루자고 역제안한 건 청와대가 여론의 흐름을 감안해 입장을 정하기까지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 측면이 강하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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