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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부진, 조기에 잡아라" 초등학생 저학년이 '골든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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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부진, 조기에 잡아라" 초등학생 저학년이 '골든 타임'

입력
2014.08.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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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공부와 담 쌓으면 학습부진의 벽은 갈수록 견고

뒤늦게 단기 성적 향상 집착하는 학습지원시스템 평가 방법도 문제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소속 학습지도 강사들이 읽기·쓰기·셈하기 등 기초 학습이 부족한 초등학생들과 방과 후 일대일로 만나 맞춤식 지도를 하고 있다.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소속 학습지도 강사들이 읽기·쓰기·셈하기 등 기초 학습이 부족한 초등학생들과 방과 후 일대일로 만나 맞춤식 지도를 하고 있다.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소속 학습지도 강사들이 읽기·쓰기·셈하기 등 기초 학습이 부족한 초등학생들과 방과 후 일대일로 만나 맞춤식 지도를 하고 있다.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소속 학습지도 강사들이 읽기·쓰기·셈하기 등 기초 학습이 부족한 초등학생들과 방과 후 일대일로 만나 맞춤식 지도를 하고 있다.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서울 A일반고 1학년생인 성현(16ㆍ가명)이는 학교 생활이 지긋지긋한 대표적인 학습 부진 학생이다. 수업을 들어도 내용을 모르니 학교를 빠지기 일쑤고, 그런 날이면 또래 동네 친구 1~2명과 하루종일 PC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잦은 결석으로 성현이의 성적은 바닥권을 헤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담임교사는 성현이가 고교조차 마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성현이에게 ‘잘못 꿰진 첫 단추’는 초등학교 입학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는 막노동, 어머니는 식당 일을 하느라 성현이의 공부를 챙겨줄 수 없었다. 성현이는 집에서 혼자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며 성장했고, 취학 연령이 돼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현이는 어려워진 공부를 따라잡지 못했지만 누구도 성현이를 챙겨주지 않았다. 수업은 정해진 진도대로 성현이의 학업 수준을 성큼성큼 앞서 나갔다.

성현이의 부모도 학년에 맞춘 학습지를 사주는 걸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초가 부족한 성현이에겐 어려운 내용이었고, 풀지 않은 학습지는 부모의 체벌로 이어졌다. 성현이는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공부와 담을 쌓게 됐다.

나이가 차 중학교에 들어갔지만 곧 학습부진 학생으로 분류돼 3학년까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집에서는 “부모가 이렇게 고생하는 데 공부도 안하는 놈”이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겨우 졸업해 고교에 입학했지만 성현이가 학교보다 PC방을 더 자주 찾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성현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습 부진을 해소할 ‘골든 타임’을 놓쳐버린 탓이라고 지적한다. 교육복지민간단체인 ‘책을타고날다’의 전정훈 대표는 “이런 경우 고학년이라 해도 저학년 수준의 보살핌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저학년에서 이뤄졌어야 할 학습지도가 아쉽다”고 말했다.

학습 부진은 누적된다. 한번 공부와 담을 쌓기 시작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 교과과정 때문에 그 벽은 더욱 높아지고 견고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에게 아무리 좋은 학습법을 적용하더라도 학습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학습부진에 대해 진단하고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정부가 학습부진 아동과 청소년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만 600억원을 투입했고, 시ㆍ도마다 학습클리닉센터 등을 운영한다. 그러나 효과가 큰 편은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야 학습 부진 학생을 진단ㆍ판별하고 상담 등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선 초등 4~6학년이 3학년의 기초학습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일반적인 학습부진으로 정의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초교 교사는 “초교 저학년 때 읽기능력이 떨어지면 이해력이 부족해져 학습부진이 누적되고, 고학년ㆍ중학생이 되면서 전 과목 학습부진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이 중학생 학습지도 사업을 벌인 결과 학습부진이 누적된 중학생들에겐 기초학습능력이 성장하는 교육적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4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1개월간 전국 중학교 1~3학년(검정고시 포함) 학습부진 학생 596명에 대해 영어와 수학을 지도한 결과, 참여학생의 학교성적 중 수학은 평균 2.7점 올랐으나 영어는 평균 1.62점 하락했다. 일부 학생들은 “공부에 흥미가 생겼다”는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지만, 수업에 참여한 교사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성적 향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현진 함께걷는아이들 팀장은 “무엇보다 중학생 이전 시기에 학습부진에 개입할 필요성이 지적됐다”며 “학습부진이 누적되기 이전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대1 집중지도와 개별지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습부진에 대한 조기 개입의 필요성은 국내외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에 따르면 읽기 능력 부족으로 초등 1학년때 성적이 하위 20%였던 학생은 5학년이 돼도 읽기 능력이 2.6학년 수준에 그쳤다. 청주교대 엄훈 교수가 ‘초등학교 저학년 읽기 발달 양상 연구’ 논문에서 인용한 연구결과에도 초등 1학년 읽기 부진 학생이 4학년 때도 읽기를 못할 확률은 88%에 달했다.

반면, 조기개입의 성과는 높았다. 함께걷는아이들이 2012년 전국 초등학교 학습부진 학생 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습부진 지도사업 ‘올키즈스터디’ 결과에 따르면 3학년 이하의 저학년이 4학년 이상의 고학년보다 성적 상승 효과가 컸다. 저학년은 각각 79.3%(국어)와 84.4%(수학)가 성적이 올랐지만 고학년의 성적 상승 학생은 각각 73.2%(읽기), 71.9%(쓰기), 77.7%(수학)였다. 함께걷는아이들 관계자는 “특히 1~2학년의 경우 한글과 숫자를 모르던 아이가 두세달 만에 개념을 이해하는 등 단기적 효과가 눈에 띈 반면, 고학년의 성장세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학습부진 원인은 다양하지만 해법은 한 가지로 모아진다. 바로 조기개입이다. 미국 국가연구자문위원회도 “초등 저학년 때부터 개입하는 것이 학습부진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교육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하는 학습지원시스템의 평가 방법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3, 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 근거해 오로지 시험 점수로만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선 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 형태로 진행되는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간에 ‘얼마나 성적을 올렸는가’에 집착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결국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교사의 개별적인 관찰로 학습 부진 학생을 가려내 맞춤형 지도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는 “현재 한국의 학습부진 해결 방식은 학습부진이 일어나도록 기다렸다가 확인하고 보정하려는 시스템으로 비용과 노력의 투자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며 “조기개입은 3~5세 누리과정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으며, 초등 3학년 이전에 격차를 좁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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