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정국으로 불통 논란에 부담, 갈등 어느 정도 좁혀지면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을 다시 만나 달라는 요구에 대한 청와대의 분위기는 “절대 만나지 않겠다”는 것보다는 “지금 어떻게 만나느냐”에 가깝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유족들을 만난다면 세월호 파국이 정리되는 모멘텀이 돼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갈등이 정리되지 않은 채 양 측이 만났다가 성과 없이 돌아서게 되면 박 대통령에게 오히려 짐이 될 수 있어서다.
청와대의 이 같은 분위기는 박 대통령이 유족들을 만날 여건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이전에 여야와 유족 측이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힐 경우, 박 대통과 유족들의 추가 면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세월호 대치 정국이 다음 달 6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는 것은 여야는 물론이고 청와대에도 큰 부담이다.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정담의 소재로 청와대의 정치력 부재나 불통 논란이 오르내리면 박 대통령의 지지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여야 사이에서 물밑 중재를 벌여 세월호 특별법 관련 합의를 이끌어낸 뒤 박 대통령이 유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상의 시나리오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직접 당사자인 유족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추석 선물이자 청와대가 세월호의 덫에서 빠져 나오는 묘수가 될 것이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다음 주까지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야권 일부에서는 여야의 논의 진전 여부와 상관 없이 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 전에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민심을 달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청와대의 기류는 부정적이다. 청와대는 또 박 대통령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김영오씨를 만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27일에도 ‘오직 정책’ 행보를 이어 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상명대 상명아트센터에서 퓨전 뮤지컬 ‘원데이’를 관람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2차 간담회 관련 박 대통령의 언급 여부와 청와대 입장을 물은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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