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로 단원고 2학년인 딸 김유민양을 잃은 김영오(47)씨가 28일 ‘46일간의 단식’을 끝냈다. 하지만 세월호 정국은 여전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민아빠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의 46일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봤다.
"부끄러운 부모로 못 산다"
7월14일,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가족 5명은 서울 광화문광장, 10명은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수사·기소권을 가진 특별위원회가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유가족들은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해 죽어간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다"고 했다그들은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단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친구와 선생님이 떠난 이유를 알고 싶다면서 특별법 통과를 염원하는‘고난의 행군’을 했다. (▶기사보기)
'세월호 특별법' 놓고 이견
7월 말, 김씨의 단식은 보름이 넘도록 이어졌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 야, 유가족의 의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기사보기)
특별법은 참사의 진상규명부터 보상문제를 포함한다. 7월 초, 여야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대학특례입학, 의사상자 지정,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 감면 등의 법안을 발의했다. (▶기사보기) 하지만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 확보'를 꾸준히 외쳤다. (▶기사보기)
"유족충" 비난은 왜 나왔나
세월호 특별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일부 국민의 감정이 돌아선 부분은 보상문제였다. 유가족들의 강경한 농성을 ‘돈과 보상’을 위한 행동이라고 봤다. 인터넷에서는 유족들을 향해 “유족충”이나 “시체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나왔다. (▶기사보기) 유가족들은 상실감에 시달렸다. 억측과 오해가 이어지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 기사보기)
교황, 세월호를 어루만지다
김씨의 단식이 한달 넘도록 이어졌지만 세월호특별법 처리는 제자리걸음만 달렸다. (▶기사보기) 8월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졌다. 8월16일 광화문 시복식 전에는 오랜 단식으로 지친 김씨의 손을 맞잡고 위로했다. 김씨는 교황의 손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써달라'는 편지를 전했다. (▶기사보기) 교황의 방한에 맞춰 정치권의 관심도 유가족을 향했다. (▶기사보기)야당은 유족이 모인 광화문광장으로 달려갔고, 단식에 동참하는 의원들도 나왔다. (▶기사보기)
유민아빠 단식 진정성 논란
단식 40일이 넘어가면서, 일각에선 김씨가 단식을 하는 진정성을 의심했다. 8월23일, 김씨의 처남 윤모씨가 인터넷에 올린 댓글이 발단이 됐다. 윤씨는 "김씨는 10년간 양육비를 한 푼도 안 주던 사람인데, 유민이를 위한 단식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윤씨의 글은 SNS을 통해 확산됐다. 김씨의 '노동조합 가입' 사실을 근거로 정치적 성향과 단식의 목적을 연결 짓기도 했다. (▶기사보기)
8월24일,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해당 내용에 자세히 해명했다. 딸과 함께 찍은 사진과 양육비 입금 내역이 담긴 마이너스 통장의 사본을 공개했다. 이후 언론에서 김씨의 단식을 둘러싼 얘기를 다뤘고, 김씨의 반박 인터뷰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가열됐다. (▶기사보기)
유가족은 왜 물러날 수 없나
8월 28일, 김씨는 단식을 끝내면서 “밥 먹고 힘을 내서 특별법 통과를 위해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했다. 김씨와 유가족은 왜 정치권이 내놓은 특별법에 동의할 수 없는 걸까.
이에 관해 경향신문은 "참사 가족은 진상규명 부분을 핵심으로 본다. 구조 과정부터 시작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검찰 등이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 정부·여당에서 독립한 제3의 기구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사보기)
세월호 아픔 봉합이 숙제
김씨의 단식은 끝났지만 세월호 참사 규명은 여전한 숙제다. 참사 직후 내 아들딸이 세상을 떠난 것처럼 마음 아파했던 국민들의 의견은 이제 양분돼 있다. (▶ 기사보기) 유가족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동조단식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기사보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민간단체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기사보기 )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주도하지 못한 야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기사보기) 때문에 세월호 정국이 특별법에 매몰돼 국론 분열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를 정쟁과 분열에서 건져내지 않는다면 4월16일 이전과 다를게 없는 나라"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사보기)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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