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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까지 뺏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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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까지 뺏기나

입력
2014.08.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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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셴코 국방위 비상회의 소집… 징병제 부활, 서방 지원 요청 결의

마리우폴 뺏기면 남부 다 넘어가 우크라 1개 여단 급파해 방어 나서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러시아군이 이동 중인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28일 공개했다. 디지털글로브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러시아군이 이동 중인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28일 공개했다. 디지털글로브

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에서 평화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장악하려는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침략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크림반도의 재연을 막으려고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포로셴코 “러시아가 우크라 침공”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동부 국경 지역을 침공했다고 밝혔다. 포로셴코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도네츠크 지역 상황이 악화해 터키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며 향후 행동계획 수립을 위한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비상회의가 소집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는 이날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들이 전날 낮 12시 30분께부터 노보아조프스크에 대한 공격을 시작해 이후 도시로 진격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군인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노보아조프스크에 주둔하고 있던 내무부 병력과 정부군에 퇴각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군이 노보아조프스크에 대한 통제를 상실했다는 설명이었다. 노보아조프스크를 장악한 도네츠크주 반군은 며칠 뒤 아조프해 연안의 마리우폴을 장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특파원은 반군이 마리우폴 20㎞ 지점까지 접근했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군이 장악 중인 인구 45만명의 마리우폴은 아조프해 연안의 주요 전략 도시다. 노보아조프스크에서 마리우폴은 약 3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마리우폴 방어 준비에 나섰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현지 인터넷 언론을 인용해 마리우폴로 우크라이나 군대가 추가 배치됐으며 검문소 경비가 강화됐고 정규군과 내무부 군이 반군의 침임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추가 러시아 제재 경고

이 같은 상황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을 비난하면서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오바마는 “우크라이나 동부 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을 훈련하고 무장시키는 것은 물론 자금지원도 하며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방이 이미 내린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냉전 이후 어느 때보다 고립돼 있다”며 이번 일이 더 큰 비용과 추가 제재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제안으로 이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서맨사 파워 미국 유엔 대사는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맞서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군대가 전혀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것은 러시아를 옹호하는 ‘자원군’일 뿐”이라고 이를 부인했다.

러시아군 참전 가능성 농후

하지만 러시아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직접 개입해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소속 인권자문위원회 위원인 엘라 폴랴코바와 세르게이 크리벤코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러시아군 100여명이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스니츠녜에서 친러 반군의 교전을 지원하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두 위원은 러시아군이 트럭에 탄약을 싣고 가다 미사일 공격을 받아 300여명이 부상했고 유족 10여명과 현장을 목격한 군인들로부터 이런 증언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이미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니코 탁 나토 준장은 이날 “러시아군이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고 반군과 함께 싸우고 있다”며 “1,0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탁 준장은 나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노보아조프스크를 공격하기 수일 전, 이미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 자료로 3장의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닉 준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국경에 결집한 2만명의 러시아 군인들은 크림반도 합병 때 봤던 군인들보다 작전 수행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난 공격 부대”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방공망과 포병부대, 중무중한 병사들을 우크라이나 내 반군 기지로 이전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우크라, 마리우폴 함락 막기 안간힘

러시아가 노리는 것은 마리우폴이다. 마리우폴마저 장악하면 크림반도까지를 일직선으로 잇는 우크라이나 남부가 통째로 러시아 영토로 귀속될 수 있다. 마리우폴은 노보아조프크스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간선도로상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친러 반군은 이미 노보아조프스크를 점령했고 현재 러시아군과 반군은 마리우폴 20㎞까지 접근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마리우폴 방어를 위해 1개 여단을 급파하고 주변에 진지를 구축하는 등 러시아군과 반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부 지역 상황 악화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징병제를 부활하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기로 결의했다. 또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서명국들과 협의도 진행할 태세다. 1994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영국 간에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보유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대가로 각서 서명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일성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일성이 위협받게 된 만큼 서명국들에 양해각서에 따른 약속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아직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내 침입을 ‘침공’으로 규정하지 않고 군사 개입과는 선을 긋고 있다. 나토 역시 이제 해법을 찾는 단계다. 하지만 크림에서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가 배후에서 지원ㆍ조종해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사실상 장악할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제2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기까지 크림 때 보다 훨씬 길고 더 많은 희생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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