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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中企대출 늘려라" 독촉이 금융권 리스크로 불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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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中企대출 늘려라" 독촉이 금융권 리스크로 불똥 우려

입력
2014.09.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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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창조경제 활성화 은행이 성패 좌우한다 판단

중기대출 부실지표 악화 상태, 금융권 전체 흔들릴라 딜레마도

한달 동안 서너 차례나 금융기관의 보신주의 혁파를 주문한 대통령, 당근과 채찍이 병행된 대책을 뚝딱 만들어 내놓곤 “동참하지 않으면 아웃시킬 것”이라고 압박하는 금융당국 수장…. 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금융보신주의 타개책이 여타 경제정책에 비해 훨씬 신속하고 강도 높게 추진되면서 그 배경과 부작용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 자금을 공공재로 여겨”

박근혜 정부가 이례적 속도로 은행에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압박하는 것은 최근 단행한 일련의 유동성 확장 조치, 나아가 정권의 경제 어젠다인 ‘창조경제 활성화’의 성패가 은행에 달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의 절대적 ‘큰손’인 은행이 담보ㆍ보증 위주의 자금중개 관행을 탈피해야 재정지출 확대ㆍ기준금리 인하로 풀어놓은 시중자금이 기술금융 형태로 중소기업에 흘러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 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7배인 2,101조3,600억원, 금융권 총자산의 61.5%를 차지한다. 반면 정부의 기술금융 정책자금인 성장사다리펀드는 3년 동안 6조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저금리에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은 지속적으로 은행 예금으로 몰려드는 형국이다. 정부가 기업 자금 공급에 있어 자본시장보다 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독일식 금융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중소기업이 강한 독일 산업체제를 높이 평가해왔다.

일각에선 은행 자금을 공공재로 여기는 박 대통령의 시각이 이번 정책의 바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기업 및 수출산업 육성에 은행을 적극 동원했던 박정희 정권의 개발경제 방식이 박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자본시장을 통한 창업ㆍ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추진했던 정부가 정책 성과가 제대로 안 나오자 ‘정공법’을 접고 은행 자금 동원이라는 손쉬운 ‘편법’을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통해 모험투자자본 육성, 기업상장 활성화를 공언했지만 핵심 방안인 사모펀드, 코넥스(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등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기술금융 여건부터 조성해야”

문제는 위험투자 성격이 강한 기술금융 공급 확대의 전면에 자금중개 기능이 본령인 은행을 내세우는 게 적합하냐는 것. 국내외 금융당국으로부터 건전성을 철저히 규제 받고 있는 터라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중소기업 대출 부실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갚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지난해 39.5%로 전년보다 2.8%포인트 늘었고, 신규연체 규모도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수익성 저하로 부실채권을 처리할 여력이 줄게 될 경우 부실기업이 회생하리란 막연한 기대감 등으로 채권 회수를 늦추며 내부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이 정부 정책에 휩쓸려 기술금융을 늘렸다가 자칫 금융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기술금융을 위한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 실적에 매몰돼 은행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기술신용정보기관(TCB) 선정, 기술정보데이터베이스(TDB) 구축을 통해 기술의 시장가치를 평가할 토대를 마련하긴 했지만, 막상 은행 내부에선 이를 활용할 만한 여신 담당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이 모든 분야의 기술을 평가할 전문가를 고용할 수 없는 일이며, 객관적 기술 평가 시스템이 도입됐더라도 기술을 상용화해서 이익을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고충을 밝혔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보신주의 타파 취지는 좋지만 대통령과 당국이 너무 세부적인 것만 건드리고 있다”며 “정부는 리스크 관리 지원책 등 큰 틀의 여건만 조성해주고 구체적 사안은 은행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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