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표까지 주장… 유족 반발
새누리당이 정치적 논란마다 꺼내 드는 ‘외부세력 배후 조종론’이 세월호 특별법 정국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유족과의 면담을 통해서 “유족 측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겠다”고 공언해놓고도, ‘유족 배후설’을 제기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유족 측이 극도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이 애초부터 유족 측을 설득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실업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 “유족들에게 잘못된 논리를 입력시켜 일을 이렇게 만들고, 아까운 시간을 다 낭비하게 한다”며 “배후 조종 세력들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외부 세력 조종설’을 주장했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지난 27일 유족 측과 2차 면담을 가지며 가까스로 대화의 실마리를 풀고 있던 상황에서 당 대표가 유족 측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달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족 내에) 내부 체제를 흔드는 세력이 가담하고 있지 않나. 물리쳐야 한다”며 ‘외부세력 개입설’을 제기했다. 이 같은 ‘배후설’에 대해 “우리 배후는 아들 딸들이다”이라며 강력 반발한 유족 측의 기류는 1일 열린 새누리당과 3차 면담에서도 험악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정부 여당의 ‘외부세력 배후론’은 사회적 갈등 사안마다 나오는 단골 테마다. 밀양 송전탑 건설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최경환 당시 원내대표는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세력은 제주 강정마을과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차 문제 등에 때만 되면 나타나고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 광우병 촛불시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등에서도 정부 여당의 ‘불순 세력 개입설’은 어김 없었다. 이는 정치적 수세에 몰릴 때 ‘편 가르기식’여론몰이를 통해 보수층 결집 효과를 노리는, 일종의 색깔론 카드의 성격이 짙다.
여당이 세월호 유족 측에 대해서도 ‘배후 조정설’을 들고 나온 것도 결국 편가르기식이념 공방을 통해 유족 측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새누리당이 유족과의 면담을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유족에게 보다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론을 모아 가야 하는데, 오히려 유족들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모습이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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