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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인호씨에게 묻다

입력
201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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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78) 서울대 명예교수는 2008년 칼럼에서 “두 세대쯤 앞에 태어나 지금까지 정도의 ‘출세’를 하며 살아왔더라면 지금쯤 아마 나도 친일인사 명단에 올라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썼다.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친일파’ 못박기를 비판한 글의 서두지만, 그의 말대로 그는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1996년 국내 최초 여성 대사(주 핀란드)에 발탁돼 주 러시아 대사,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지냈고, 현재 명지대ㆍ카이스트 석좌교수이자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다. 박근혜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위원에도 위촉됐다.

▦ 대체로 존경 받는 원로였던 이 교수가 세상사에 대해 ‘격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부터다. 좌편향 학자들이 득세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개탄은 거꾸로 친일ㆍ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교과서포럼과 한국현대사학회 설립 주도로 이어졌다. 그렇게 혐오하던 편가르기에도 가담했다. 이념 편향을 떠나 객관적 사실 오류투성이에 출처 표시도 없는 베끼기ㆍ짜깁기로 비판 받은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교육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옹호한 것이 대표적이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1일 이 교수의 KBS이사 추천을 강행했다. 편향적 역사관 등을 들어 반대하는 야당 측 상임위원 2명이 퇴장한 뒤 여당 측 3명만 표결했다. 최종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 이사장은 호선으로 뽑지만, 이 교수 내정설이 파다하다. KBS새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했다. 새노조는 특히 그가 KBS 보도로 논란이 된 문창극 총리후보자의 교회 강연을 “감동적이었다”고 두둔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당시 “(문씨가) 낙마하면 이 나라 떠날 때라고 느낄 것”이라고도 했다.

▦ 새삼 이 교수의 역사관을 시비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각(知覺)과 염치를 강조해 온 그에게 묻고 싶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충분한 검증과 협의도 없이 ‘작전’하듯 밀어붙이는 것은 온당한가. 그는 과거 참여정부의 인사를 “철저하게 끼리끼리 ‘해 먹는’ 코드인사”이자 “대통령의 임명권을 강조하는 인사 독재”라고 혹평했다.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도 ‘코드’에 맞기만 하면 아무 자리라도 넘보고 또 실제로 차지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그 지적에 대해 이제 이 교수가 답해야 할 차례다.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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