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참수 당시 예고했던 소트로프 기자 희생 장면 공개
"나약한 대통령 원치 않는다" 美서 시리아 공습론 거세져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2일 또다시 미국인 기자를 참수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미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론은 IS의 잔혹성에 분노하는 것과 동시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무기력한 대응도 성토하고 있다.
미 언론과 이슬람 과격단체 웹사이트 감시기구인 ‘시테’(SITE)에 따르면 이날 ‘미국에 대한 두 번째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배포된 IS 동영상에는 무릎을 꿇은 스티븐 소트로프(31) 기자를 IS 반군 무장대원이 참수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IS는 “미국의 계속된 이라크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인에 대한 IS의 극단적 대응은 지난달 20일 제임스 폴리 기자의 참수 이후 두 번째다. 특히 IS가 첫 번째 참수 당시 이미 소트로프 기자를 두 번째 희생자로 예고한 뒤 이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미국 여론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이 몰아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오바마 대통령 대응에 유보적이던 중도 계층도 비난에 가세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다나 밀뱅크 칼럼리스트는 이날 “우리는 호전적 대통령을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약한 대통령을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주저하던 시리아 공습을 지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격화될 전망이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골칫거리 IS를 처리하려면 단순히 비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지금 단호하게 행동에 나설 때”라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앵글(뉴욕) 의원도 CNN 인터뷰에서 “IS는 명백히 국경을 초월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 중”이라면서 “IS는 격퇴돼야 한다”며 시리아 공습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즉각 대응보다는 동맹국과 공조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언론도 4일부터 영국 웨일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핵심 동맹국인 영국마저 시리아 공습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만큼 설득 작업이 실패할 경우에는 단독 작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이날 이라크에 미군 350명의 추가 파병을 지시했다. 백악관은 ‘바그다드의 외교 시설과 인력 보호를 위해 350명의 병력이 더 필요하다’는 국무부 요청이 있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추가 파병으로 주 이라크 공관 및 인력 보호를 위해 파견된 미군은 기존 820명을 더해 1,000명을 넘어서게 됐다.
한편 IS가 이날 세 번째 참수 대상으로 영국인 데이비드 카우손 해인즈를 지목하면서 영국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동영상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것은 비열하고 야만적인 살인”이라고 비난했다. 3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영국 정부가 테러단체에 대한 몸값 지불을 거부하는 정책을 펴는 만큼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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