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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이 모인 명절에… 안타깝다 추석 쇠면 특별법 등 잘 풀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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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이 모인 명절에… 안타깝다 추석 쇠면 특별법 등 잘 풀렸으면"

입력
2014.09.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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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 "그만 좀…" 거부 반응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왼쪽)이 추석 귀성이 시작된 5일 서울역 광장에서 유가족의 뜻을 반영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내용의 책자를 귀성객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왼쪽)이 추석 귀성이 시작된 5일 서울역 광장에서 유가족의 뜻을 반영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내용의 책자를 귀성객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역 광장 앞 횡단보도. 세월호 유가족 10여명이 귀성객들에게 허리 숙이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란 제목의 노란 책자를 내밀었다. 이지성(43ㆍ고 김도언군 어머니)씨는 분주히 역을 돌아다니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이씨는 “부산이 고향인데 서명을 받으려고 안산에서 미리 차례를 지냈다. 이번 추석은 슬프지만, 내년엔 풍성한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씨의 뒤쪽으로 ‘가족의 소중함 알리는 한가위 되세요’라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다.

귀성이 시작된 이날 시민들은 추석 연휴 이후에라도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길 기대했다. 유가족 40여명이 서울역과 용산역,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기 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귀성객들의 바람은 그랬다.

고향 대구에 가려 용산역을 찾은 이현지(24)씨는 유가족이 건넨 책자를 잠시 멈칫하다 받아 들고 꼼꼼히 읽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경기시민들의 모임’이 만든 16쪽짜리 책자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첫 출발, 세월호 특별법’, ‘세월호특별법이 민생법안이다’, ‘풀리지 않는 참사의 의문점부터, 안면 몰수하는 청와대’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씨는 “추석에는 온가족이 모여 좋은 이야기만 해도 모자랄 텐데 서명 받고 책자 돌리는 유가족들을 보니 안타깝다. 추석 쇠고 일이 차근차근 풀려 반전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남터미널에서 유가족을 만난 김우진(23)씨는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의견이 있지만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기에 재발하지 않도록 끝까지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반드시 그리 될 것”이라며 유가족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임모(51ㆍ여)씨는 안산터미널 승차장에서 책자를 정독한 뒤 “추석 쇠고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가족들이 ‘새끼도 못 지켰는데 조상에게 무슨 면목으로 차례를 지내냐’고 생각하지 말고 명절을 잘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 날을 세우는 시민들도 있었다. 추석을 맞아 서울에서 공부하는 고교생 자녀를 만나러 상경한 정해영(49)씨는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송광호 국회의원 경우만 봐도 (국회는) 팔이 안으로 굽지 않나. 특별법 제정 안 되는 것도 그들의 잇속 차리기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서울역을 찾은 남경덕(31)씨는 대구행 열차를 타기 전 특별법 서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정치권에서 책임자를 비호하고 진실을 덮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아이 손을 잡고 아내에게 서명을 권하던 이상훈(39)씨는 “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거부반응도 보였다. 안산에 사는 박모(42)씨는 “안쓰럽다.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정치인들도 관심 없는데 달라질 게 있겠냐”고 말했다. 김종근(47ㆍ고 김수정양 아버지)씨는 “달갑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청와대가 국민 서명을 차편으로 보내라며 가족과 대화를 안 하겠다니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특별법 책자 2,200부를 다 돌리고서야 강남터미널을 떠났다.

한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0일간 단식하다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후송된 김영오(46ㆍ고 김유민양 아버지)씨는 추석 당일인 8일 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추모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신지후기자 hoo@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안산=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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