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 정치권에 호된 질책 "세월호법 매듭 풀고 민생 챙겨야"
"이 와중에 방탄국회… 與 혁신을" "정치 포기 야당에 실망해 탈당계"
올해 추석 차례상 민심은 어느 때보다 정치권에 싸늘했다. 차례상을 물리고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정기국회를 내팽개친 정치권을 성토했고 지역구를 찾은 국회의원들은 “일 좀 하라”는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일부에서는 “이제는 세월호에서 벗어나 일상을 찾아야 한다”며 세월호 정국에 대한 피로감도 드러냈다.
세월호 정국을 바라보는 민심은 정치권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여당이면서 적극적으로 정국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새누리당과 사실상 정당 기능과 역할을 포기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등을 돌리는 민심이 확연했다. 새누리당 이명수(충남 아산) 의원은 “민심 청취라기 보다 야단을 맞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대구에서 명절을 지낸 새정치연합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야당에 실망한 친척 한 분이 탈당계를 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용인을 당협위원장인 이상일(비례대표) 의원은 “세월호특별법뿐만 아니라 여야가 100일이 넘도록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않는 모습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컸다”고 했다.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제식구 감싸기’의 혐의도 추가됐다. 새누리당 김영우(경기 포천) 의원은 “체포동의안 부결에 실망에 민심이 높았고 제대로 혁신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무능한 정치권에 대한 성토는 ‘국회 해산’의 격한 감정부터 정치복원 당부를 비롯한 차분한 해법 등 다양한 목소리로 이어졌다. 경기 성남에서 명절을 보낸 김모(42. 회사원)씨는 “국회의원들은 이런 갈등을 해결하라고 세비를 받는 것인데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거라면 국회를 해산하는 게 맞다는 데 친구들이 의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경남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재선의원은 “야당을 탓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여권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고 새정치연합 이춘석(전북 익산갑) 의원은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야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비판과 야당이 이제는 세월호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요구가 공존했다”고 전했다.
정부 여당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쏟아졌다. 전남 순천의 최모(46. 자영업)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 국가개조를 언급하지 않았느냐”면서 “정치권이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정국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도 적지 않았다. 경북 영천에서 명절을 보낸 장모(40. 회사원)씨는 “유족들의 아픔이야 알겠지만 이제 여기서 그만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부모님을 비롯한 고향마을 어르신들의 한결 같은 말씀이었다”고 고향 민심을 전했다. 새누리당 김태흠(충남 보령ㆍ서천) 의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현재 유족들이 수사권ㆍ기소권 등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야당이 유족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은 “TV에 세월호의 ‘세’자만 나와도 채널을 돌린다는 말도 들었다”고 지역구 민심을 전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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