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편의점 담배 동나… 흡연-비흡연자 반응도 엇갈려
"서민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 "사회적 순기능이 더 크다"
11일 오후 찾아간 서울 회현동의 C편의점에는 담배 매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이날 오전 정부의 담뱃값 2,000원 인상 방침이 나온 직후 내년 1월 가격이 오르기 전 담배를 미리 확보해 두려는 애연가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점주 태공주(54ㆍ여)씨는 “평소보다 담배 일일 판매량이 3배는 족히 넘었다”며 “혼자서 20만원어치를 사간 손님이 나오는 등 술렁이는 분위기가 완연하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이날 담배 사재기에 대한 엄벌 방침도 밝혔지만 벌써부터 일부 동네 판매점에서는 대량 구매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아직 인상안 적용 기간이 남은 만큼 사재기 열풍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흡연자들은 정부 조치들을 지켜보면서 구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서울 창신동 S편의점 업주 이종섭(54)씨는 “한 갑 살 사람이 두 갑 사는 식으로 조금씩 판매가 늘고 있다”며 “담뱃값 인상이 가시화하면 흡연자들이 본격적인 사재기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담뱃값을 500원 올린 2004년에는 가격 인상을 예상한 사재기 수요가 급증해 하락 추세였던 담배 판매량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방침에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년째 하루 두 갑씩 담배를 피웠다는 김영실(55)씨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한다고 하나 결국은 세수 확보가 주요 목적이 아니겠느냐”며 “서민층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회사원 황성현(37)씨는 “간접흡연의 폐해를 생각하면 금연에 따른 사회적 순기능이 더 크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 57.8%에 달했던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3년 만인 2006년 45.9%로 감소한 수치를 근거로 가격 인상이 금연정책의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가격 인상을 통해 현재 43.7% 수준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로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인상폭이 크긴 해도 이 정도로는 애연가들의 흡연 욕구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회사원 이윤지(31ㆍ여)씨는 “담배는 커피와 마찬가지로 기호식품이어서 흡연자들이 4,500원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것”이라며 “선진국 수준으로 담뱃값을 확 높이지 않는 한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신경숙(51)씨는 “가격 인상을 통해 흡연 인구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조세 저항감만 높일 것”이라며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지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근본 대책이 미흡해 아쉽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hk.co.kr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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