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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유해성 검증” vs “건보공단 소송 자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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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유해성 검증” vs “건보공단 소송 자격없다”

입력
2014.09.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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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높이려 첨가제 넣고 은폐" 공단 측, 담배회사 책임 회피 주장

"법인인 공단은 직접 손해 안 봐" 담배회사 측은 절차 문제삼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진료비 손실을 부담하라며 담배회사들에게 낸 손해배상 소송이 열린 12일 서울 마포구 건보공단 민원실에 담배 소송을 알리는 홍보물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진료비 손실을 부담하라며 담배회사들에게 낸 손해배상 소송이 열린 12일 서울 마포구 건보공단 민원실에 담배 소송을 알리는 홍보물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첫 공판부터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박형준) 심리로 12일 열린 574억 규모 손해배상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건보공단은 “과학적으로 이미 검증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담배회사들이 외면하고 그 책임을 회피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건보공단 측 정미화 변호인은 2006년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한 미 연방대법원의 조직범죄처벌법(RICO) 판결을 언급하며 “기호품이 아닌 ‘허락되지 않는 위협’인 담배의 진실과 담배회사의 실체가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의도적으로 중독성을 높이려 한 제조물 책임, 경고문구가 추상적인 표시상 결함, 첨가제를 넣어 니코틴과 타르 함량을 높이고 은폐한 불법행위 등을 주장했다.

피고인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측은 “건보공단은 소송 자격이 없다”는 절차부터 문제삼았다. “자연인이 소비할 수 있는 담배로 인해 법인인 건보공단이 직접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건보공단은 지금까지 개인이 낸 담배소송이 모두 패소했던 것과 달리 개인과 질병 발병 사이 인과관계가 담긴 방대한 진료기록(빅 데이터)을 내세워 승소를 자신했지만, 담배회사 측은 “데이터를 실제로 보여달라”며 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일인 11월 7일 건보공단의 직접 손해 여부부터 심리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험난한 공판이 될 것을 예고했다. 또한 개인들이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이미 쟁점이 됐던 ▦흡연과 폐암 등과의 인과관계 ▦제조물 책임 ▦불법행위 책임 ▦손해액 범위도 다시 다툴 예정이다.

지금까지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국내 4건의 소송은 원고가 승소한 적이 한번도 없다. 소송에서 일부 암이 담배 때문에 발병했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됐지만 ‘담배의 위험성을 숨긴 담배회사의 과실과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은 탓이다. 노상필 건보공단 홍보기획부장은 “개인이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위법성 등을 입증하기가 어렵지만 공단의 담배소송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단이 소송에 나서면 담배회사의 과실이나 불법성에 대한 제보가 잇따를 것”이라고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담배회사를 궁지로 내몰 만한 증거 입수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건보공단이 패소하더라도 ‘이긴 싸움’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금연운동협의회 회장)는 “소송 과정에서 담배회사에 수십 년에 걸친 불법행위를 알리게 될 것”이라며 “승소 가능성을 떠나 담배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소송”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소송 진행과 함께 앞으로 담배사업자 수익금의 일부를 흡연피해 치료비용에 사용하고, 흡연에 따른 손해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고 입법을 촉구할 계획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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