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별 나눠먹기 폐해재연 우려…혼돈상 계속될 듯
'박영선호' 새정치민주연합 비상체제가 잇단 자충수로 출범 두 달여 만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계제로의 수렁 속에 빠져들고 있다.
원내대표로서 마련한 두 차례의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당 안팎에서 거부당하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으로서 추진한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마저 극심한 당내 반발로 철회되는 등 심각한 리더십 위기에 봉착해서다.
특히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투톱' 공동비대위원장 체제 구상이 정식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하루만에 물거품이 된 것이 뼈아팠다.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정기국회 의사일정으로 가뜩이나 골치 아픈 상황에서 비대위 구성까지 무기한 연기됨으로써 삼중고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 비대위원장 자체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선택지는 당 내부로 좁혀지게 됐다.
지난 12일 박영선 원내대표와 문희상 정세균 김한길 박지원 문재인 의원 등 주요 계파별 중진들과의 회동에서도 상당수 참석자들이 박 원내대표에게 외부 인사의 비대위원장 영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14일 "안경환·이상돈 교수 이후의 대안은 아직 없다"면서 "당내 지분을 가진 주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계파 간 이해를 초월하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은 내년 초 전당대회의 룰을 정하고 조직강화특위 구성과 지역위원장 인선을 진두지휘하는 자리여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요 계파 간 이해가 상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비교적 계파색이 옅고 신망이 두터운 중도 성향의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원혜영 유인태 의원 등이 그 대상이다.
심지어 앞서 비대위원장직 제안을 고사한 김부겸 전 의원도 다시 급부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총선과 지방선거 모두 40%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 지역주의 타파에 앞장선 원외 중진이라는 점이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외부 비대위원장 논란 과정에서 주요 계파들의 영향력이 확인된 만큼, 중도 인사를 위원장에 앉히더라도 비대위원 구성은 계파별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차기 비대위원장도 박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끊임없는 '흔들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7·30 재보선 참패 후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한 새정치연합이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외부 전문가를 배척하고 계파 간 안배를 위주로 한 '관리형 비대위'를 구성하게 됐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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