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상황 최악, 참여자체가 '부담'
내부 합의 이끌 리더십 부재…강경파 폐쇄성도 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당 혁신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물색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 외부 인사들의 위원장직 고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 위원장이 접촉한 인사 중 상당수가 주요 정치적 고비나 선거 때마다 당에 '훈수'를 두었던 진보 진영 인사들이었음에도 막상 당의 도움 요청은 뿌리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영입 작업을 하면서 접촉했던 인사들로는 한승헌 변호사와 '태백산맥'의 소설가 조정래씨,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등 원로급 인사에서부터 조국·장하준 교수 등 40∼50대 그룹에 이르기까지 20여명 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박 위원장의 제의를 고사했다.
진보 진영 인사들의 잇따른 '손사래'를 두고 당 안팎에선 이들이 현실정치에 대한 모험과 부담을 감수할 수 없을 만큼 당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복된 선거 패배, 그럼에도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못하는 집단적 무책임, 대안 정당으로서의 가능성 상실에 더해 고질적인 계파 갈등까지 중첩된 새정치연합에 발을 담그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14일 "이 판에 누가 야당에 들어오려고 하겠느냐"라며 "자기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못 하면 욕만 먹는 자리이니 들어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박왕규 매트릭스 여론분석센터 소장도 "비대위원장은 공천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종의 '들러리'나 '불쏘시개'로서 '상처뿐인 영광'을 얻는 자리인 만큼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당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큰 만큼 이번처럼 외부 인사에 대한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능력 있는 인사라도 시작 전부터 당내 반발에 부딪혀 좌초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의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서 정치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밖에 있던 사람이 반대자들이 있는 곳에 들어가 무엇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외부 인사를 모실 때는 내부 이견 조율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내 강경파들의 폐쇄성이 외부 인사들의 진입 장벽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박 위원장이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12일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중간층 사람을 더 흡수해야 하는데 지금은 (중간층이 당에) 더 실망하고 이탈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래서는 절대 집권하지 못하는데 그런 고민의 흔적이 전혀 안 보여 답답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문제점을 꼬집은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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