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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면허 불법대여로 벌면 10억, 걸려봐야 3000만원 벌금

입력
2014.09.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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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빌려주고 돈만 챙긴 후 폐업... 단속에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

2012년 10개 업체 고발됐지만 1년 재판 끝에 4개 업체만 처벌

건설면허 대여 부가세 탈세 규모 매년 2000~3000억원 달해

기사 1명 당 연간 최대 4건 공사..이 보다 많으면 사실상 면허 대여

기술자 명단 중복 여부 확인하고 지자체 착공신고 현황 공유하면 면허대여 여부 손쉽게 적발 가능

건축주들에게 을로 매여 있는 건축사 위치도 정책으로 풀어야

현장파견 건설기술자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부실건축의 주범이기도 한 불법 면허대여를 막고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세수도 확보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으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장파견 건설기술자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부실건축의 주범이기도 한 불법 면허대여를 막고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세수도 확보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으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회(9회 ‘부실공사, 달아나도 모른다’9월1일자 28면 보도)에 나온, 물이 줄줄 흘러곰팡이가 가득하고 마루가 쩍쩍 갈라진 빌라를 지은 장수건설이 연락이 안된 이유가 있었다. 이곳은 건설면허만 빌려주고 돈을 챙긴 뒤 폐업해버리는 전형적인 건설면허 불법대여업체였다.

건설면허 불법대여업체(면허대여 업체)는 건설업계의 암적인 존재. 200평 이상의 주택, 150평 이상의 건물은 제대로 종합건설면허를 가진 업체가 건설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시공하는가를 감시하는 제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시공업체로 이름만 올리면서 면허대여료만 받아 챙기는 부도덕한 업체가 전국에 수백 개가 암약중이다. 건축업자들은 이들에게 건당 500만~700만원의 돈을 주고 시공계약서 도장만 받은 후 실제 공사는 주변에 싼값으로 맡긴다. 이런 공사가 완공되어 말썽이 날 즈음이면 면허대여 업체들은 이미 폐업해버려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문제를 일으킨 업체를 끝까지 파고들어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정부에 전혀 없기 때문에 이들은 또다시 새로운 종합건설업체를 세우고 똑같은 장난질을 한다.

업계에서는 면허대여 업체들을 건축업자와 연결해주는 핵심고리로 부도덕한 건축사들을 꼽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건축사의 설계도면, 건설업체와 맺은 시공계약서, 건축사와 맺은 감리계약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건설업으로 한탕 하겠다는 건축업자들이 지역에서 ‘중개업’으로 소문난 건축사를 찾아가면 이들은 설계도면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면허를 대여할 건설업체도 소개해준다. 감리는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책임소재를 피하기 위해 다른 건축사사무소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면허대여 업체들은 워낙 숫자도 많고 대여료만 받아 챙기고 폐업 잠적하기 때문에 찾아내기도 힘들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그래서 정부가 엄격한 단속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못하겠거니 짐작하고 책임추궁을 안 해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을 찾아내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건설공사는 건설업체가 지자체에 착공신고를 하게 되어 있는데 지자체에서 업체별로 착공신고 건수를 조사하면 건설면허 대여 규모가 잡힌다. 왜냐하면 건설공사를 맡으면 건설기간 내내 건설현장에 건설기술자를 파견해야 하는데 소규모 공사를 하는 종합건설면허 업체들이 보유한 건설기술자 수는 5~7인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공사라고 해도 3개월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기사 한 명당 1년에 많아야 4건 정도 공사를 맡는다. 최대 7명을 보유한 업체라고 하고 3개월 만에 끝나는 공사를 모든 기사가 연달아 맡았다고 해도 1년이면 기껏해야 28건 정도 공사를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많은 공사를 맡았다고 착공신고를 한다면 면허를 대여한 것이다.

이 방법은 2011년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박철균 진흥부장이 고안한 것으로 대한건설협회가 같은 방법으로 2012년에 전국 시군구의 협조를 받아 전년도의 건축물 착공신고 현황을 파악했더니 전국에서 200건 이상을 착공한 업체가 12개였다. 이 중에 아이디경인(대표 성윤식)은 혼자서 무려 720건의 공사를 맡았다고 되어 있다. 가장 적은 장수건설이 221건을 착공신고 했다. 2011년도에 전국에서 1,802개 업체가 3만4,938건을 착공했는데 서울과 경기에 적을 둔 12개사가 4,678건을 맡은 것으로 드러나 생각보다 적은 불법업체들이 전국을 무대로 극성스럽게 활동하는 것이니 적발하기도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이들 12개 업체 중 면허대여가 드러나 2011년 12월에 등록말소된 장수건설과 2011년 8월에 등록을 자진말소한 삼경씨엔씨(대표 박기남)를 제외한 10개 업체를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가 검찰에 고발하고 국세청과 감사원에도 조사를 촉구했으나 대책은 지지부진했다. 1년여에 걸친 수사 끝에 중방주택건설(대표 오세흥) 1개 업체만 진짜 대표가 1년 4개월의 실형을 받는 등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았고 3개 업체가 벌금형을 받는 데에 그쳤다. 실형을 받은 업자도 면허대여 자체보다는 부당하게 받은 돈을 횡령하고 ‘바지사장’으로 하여금 허위조사를 받도록 한 죄가 컸다.

법 규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면허대여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건설산업기본법을 보면 면허대여를 한 자나 알선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위의 사례로 벌금형을 받은 3개 업체 가운데 가장 큰 벌금이 2,500만원이었다. 반면 이들이 면허대여로 챙긴 돈은 최저금액인 건당 500만원으로 어림잡아도 10억원에서 35억원이었다.

10억원 이상을 번 사람이 고작 3,000만원의 벌금을 낸다면 그 범죄를 뿌리뽑을 수 있을까. 그런 규정조차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누가 법을 지키려고 할까. 이들은 부당한 범죄수익을 얻었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세금도 내지 않았지만 탈세 추징금도 전혀 물지 않았다.

면허대여 업체들이 떼먹는 돈은 면허대여료 뿐이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고용보험 가입증명원을 발급받아 건축주로부터 산재 고용보험료를 받은 후 폐업해버려서 이듬해에 공사실적에 따라 내야 할 정산신고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산재 고용보험료를 떼먹은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건설공사라면 치렀어야 할 세금도 없다. 업체가 사라지면서 현장 인부들이 일을 하고 임금도 못 받거나 부상을 입고 치료도 못 받는 경우도 생겨난다. 작년 하반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이 문제를 추궁하면서 ‘건설면허 대여로 연간 2조~3조원대의 매출이 누락되고 부가세 탈세규모만 2,000억~3,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건설업 면허대여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면허대여가 일어나는 즉시 적발하면 된다. 500만~700만원의 면허대여료를 받고 3,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면 범죄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면허대여를 수백 건 해도 처벌을 피해가니까 범죄가 일어난다.

면허대여가 일어나는 즉시 적발하는 방법은 어려운가. 어렵지 않다. 건설업체가 현장에 파견하도록 되어 있는 건설기술자 명단이 중복된 것인가만 파악하면 된다. 문제는 지역을 달리해가면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착공신고 현황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춰주어야 한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세움터라는 통계지원시스템을 통해 모든 지자체의 착공신고를 받고 있다. 다만 이 시스템에 동일한 건설기술자가 다른 시군구에 제출한 착공신고서에 이미 이름을 올렸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이 없다. 이 기능만 있으면 어느 지자체든 착공신고서를 받으면서 세움터 정보를 검색해서 동일한 건설기술자가 중복되어 올랐으면 곧바로 면허대여를 적발할 수 있다.

세움터에 이 기능을 집어넣으려면 국토교통부의 건설경제과에서 정책을 제안하고 건축정책관이 결정하면 세움터를 관장하는 녹색건축과에서 실행하면 된다. 세 부서에 문의한 결과 실행 주무부서인 녹색건축과는 ‘이 같은 기능을 집어넣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답했다. 건축정책관은 ‘건설기술자 중복 여부를 공개하려면 건축법 시행령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입법 예고와 국무조정실의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기능 자체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경제과에서 제안만 한다면 실행할 의사는 있다는 뜻이다. 입법예고 기간을 포함해 빠르면 석달 이내에 정책 실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정책을 제안할 건설경제과로 ‘올해 입법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 감사에서 이 문제가 드러나 감사원이 해결방안을 찾아보도록 한 안이라 절차가 있다는 것이다. 말은 언뜻 들으면 옳지만 이미 2012년에 대한건설협회가 국토부에 요청한 것이 묵살된 적이 있어서 국토부가 실행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정부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대한건설협회와 연계하여 ‘건설업등록 불법대여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올해에도 100여개의 면허 대여업체를 신고 받아 각 지방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문의했더니 ‘수사중’이라고는 밝혔으나 2월에 통보받은 것을 7월에 통보받았다고 하는 등 대답이 투미해서 과연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는지, 범죄가 확실한 10개 업체를 고발해도 겨우 4개사만이 처벌을 받은 2012년의 재판이 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다.

건설업체를 통한 단속이 활발한 반면 건축사를 통한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그동안의 수사로 지역에서 면허대여업체를 소개시켜 주는 고리가 주로 지역 건축사들로 드러났는데도 건축사들의 최대 이익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는 “우리는 임의단체라 회원 자격정지 외에 적절한 대책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상적인 건설업체들이 불법적인 업체들로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면허 대여업체의 뿌리를 뽑아달라’는 대한건설협회 입장과는 대조적이다. 건축사들은 감리도 담당하기 때문에 감리만 철저히 해도 이 같은 범죄는 막을 수 있다. 또 건축물이 완공되면 현장조사검사(특검)를 하는 것도 건축사들인데 특검을 대충하기 때문에 엉터리 건축물이 판을 친다. 2013년 지자체로부터 건축사가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는 290건으로 그 중 160건이 감리업무 소홀 때문이었고 86건이 특검 소홀 및 불이행 때문이었다. 물론 이 수치는 면허대여건수에 비교해볼 때 빙산의 일각이다.

한편으로는 건축주들에게 을(乙)로 매여있는 건축사의 위치를 정책으로 풀어주지 않는 한 이 같은 입장이 바뀌기도 어렵다. 감리나 특검 기능은 공무원이 맡아야 할 역할인데 건축사한테 맡기며 특검 비용은 지자체에 따라 매우 적거나 아예 지불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감리 비용은 건축주가 건축사에게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건축주의 말을 듣지 않으면 감리 비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건축사는 건축주에게 고용된 상태가 되어 버린다. 특검 비용을 현실화하고 감리비용을 직접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적어도 감리인이 건축주에 직접 고용되는 상황이라도 바꾸게 정책을 만들어줘야 한다.

결국 모든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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