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 행동이 사회 위기 부를 수도
13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국민들을 속이고 초콜릿 바를 먹으면서 단식했다”고 주장하며 초콜릿 바를 나눠줬다. 시민들은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서 100여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제정신이냐” “치기 어린 짓”이라며 혀를 찼다. 회원들은 일부 언론사 카메라가 자신들의 모습을 담는 순간에도 얼굴을 가리지 않는 당당함도 보였다.
인터넷 공간에서만 활동하던 극우 성향의 일베 회원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고 있다. 진보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초등학생의 머리를 때리고 도망가거나 정부 정책 비판 대자보를 찢는 등의 행위를 영상으로 찍어 일베 게시판에 올린 적은 있었지만 최근처럼 오프라인에서 집단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이들은 6일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중인 유가족과 관계자들을 조롱하듯 ‘폭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베 회원들은 그 동안 사이버상에서 노숙자 등 약자 혐오, 호남 폄하, 여성 비하는 물론이고 정권에 비판적이면 무차별적으로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비이성적 글로 적잖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그런 일베 회원들이 오프라인 활동을 한 회원을 서로 ‘행게이’라 부르고 추켜 세우면서 오프라인의 극우 활동가로 진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베의 한 회원은 ‘그 동안 우파가 좌파에게 행동력에서 밀렸는데 앞으로 일베에서 집단적 힘을 보여줄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베 회원들에게 세월호 국면을 그릇된 정치 프레임으로 이해하도록 조장한 일부 보수세력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유가족 요구를 정치화하면서 정부의 실수를 감추려는 보수 진영의 분위기에 편승, 일베 회원들이 오히려 피해자인 유가족을 조롱하는 현상까지 나오게 됐다”며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한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인들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상 비주류였던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국면을 계기로 세력 확장을 꾀한다는 분석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베 회원들은 기존의 가치관을 해체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무시돼 왔다. 이런 위기감 때문에 자기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 상에서만 의견을 개진하고 숨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욕구”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일베 회원들의 반사회적, 반인륜적 행동을 방치하면 사회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보수 정치인들이 일베의 행동에 편승해 일베당 같은 것을 만들어 국회를 차지하는 상황이 오면 사회의 희망조차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현 추세대로면 여성 비하나 지역감정 조장 같은 활동이 오프라인에서 전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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