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단호한 입장서 처리"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여당이라도 앞장서 달라”며 사실상 단독 법안 처리를 주문했다. 이 자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김 대표에게 연락하면서 성사된 그야말로 ‘긴급 회동’이었다.
박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들은 민생을 좀 풀어 달라고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가게 되니까 저도 마음이 참 답답하다”며 “그래서 여러분들께 부탁을 드리려고 오늘 뵙자고 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박 대통령은 “여당이라도 앞장서 달라”는 말을 두 차례나 했다. 박 대통령은“지금 이런 상황이면 여당이라도 나서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셔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한 데 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아직 통과가 안돼 국민 안전이 비상 체제로 가고 있는데, 국회에서 여당이라도 앞장서서 해결해 달라”고 주문했다. 야당의 투쟁에 밀려 국회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여당을 간접적으로 질책하는 한편, 민생 법안 단독 처리를 밀어 붙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20일 미국과 캐나다로 순방을 떠나는 것을 언급하면서 “국내 문제는 여러분께 믿고 맡기고 다녀올 테니 잘 부탁 드린다”고도 했다.
이에 김 대표는 “국회에서 민생 경제 대책 법안이 빨리 처리돼야 하는데 도와 드리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고 국민들께 굉장히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김 대표는 “어제 당내 의원총회에서 의원직을 사퇴하고 해산하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저희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한 뒤 “야당에 (대표와 원내대표 등) 상대가 없어졌기 때문에 계속 노력해서 빨리 풀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이 참여를 안 해도 더 이상 국회를 파행시킬 수 없기 때문에 단호한 입장에서 처리하려고 한다”며 “(단독 국회의) 명분은 충분히 쌓았다고 본다”고 화답했다.
45분 동안 이어진 회동이 끝난 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2차 합의안이 최대한의 양보 선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여당이) 청와대로부터 지시 받는 입장은 아니다”며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여당이 민생 법안 단독 처리에 나서는 모양새가 된 것에 대해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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