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정국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 리더십 분란으로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돌연 경색 정국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야당의 격렬한 저항과 의사일정 불참으로 반쪽 국회운영이 불가피해지는 등 향후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동안 세월호 문제에 대해 언급을 회피해온 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먼저 깃발을 들어올렸다.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특위의 수사권 및 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린 사안이 아닌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가족들과 야당이 단식농성 등을 하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해온 것에 대해 단호히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2차 합의안 내용을 언급하며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고도 했다. 유가족들의 거부로 무산된 재합의안이 마지노선이고 더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가이드라인을 그은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어떤 것도 국민보다, 민생보다 우선할 수 없다”면서 국회에 하루빨리 여야 합의안대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민생법안 처리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날 정기국회 전체 의사일정을 직권으로 결정한 것은 박 대통령의 요청에 호응한 결과로 보인다.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 의사일정을 직권으로 결정한 것은 전례가 극히 드물다. 이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민생법안 처리 등 현안문제를 논의했다. 일사천리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으로 미뤄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긴밀한 협의 하에 기습작전 하듯 정면돌파를 밀어붙이는 형세다. 제1야당이 내부 분란으로 지리멸렬 상태에 있는 점도 감안했을 법하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의 뜻대로 정국이 굴러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새정치연합 측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특별법 언급은 사실상 진상규명의 가이드라인 제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의장의 국회의사일정 직권 결정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내부 분란이 변수이나 새정치연합의 거센 저항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세월호 대치 정국에 대한 피로도가 점증하고 일하지 않은 국회에 대한 원성이 높다 해도 청와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을 일반 국민들이 곱게만 볼 리는 없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향후 동향도 청와대와 여당의 정국 정면돌파 시도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상당기간 세월호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박 대통령이 유가족들과의 대화 등 사전 노력 없이 돌연 충격요법 카드를 빼든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둘러싼 세월호 특별법 갈등의 근본 뿌리는 불신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유족들이 품고 있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진정성 있게 노력을 했다고 할 수 있는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민생법안 처리 등을 염두에 두고 국회 본회의를 소집하겠다고 한 26일까지는 다소 시간이 있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은 이 기간에 최악의 사태를 피할 길을 함께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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