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 열어 줄망정 쪽박까지 깨서야, 黨靑 이런 식으로 하면 할 게 없는 것"
새누리당 비주류 맏형 격인 이재오 의원이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향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출구는 못 열어줄 망정 쪽박까지 깨버리면 정치가 안 되지 않냐”고 질타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지도부 공백으로 내홍을 겪는 틈을 타서 세월호 정국을 정면 돌파하려는 당청을 향해 내뱉은 쓴소리다.
이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전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의 회동을 언급하며 “회동을 보면서 느낀 건 정국이 꼬이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이 꼬이면 여당이 풀어야 하고, 여당이 꼬이면 청와대가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구를 열어주는 정치를 해야지, 출구를 있는 대로 틀어막아 버리면 결국 그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교착 상태에 빠진 세월호법 협상을 거론하며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정치권의 여야 관계에 맞는 말”이라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출구는 못 열어줄망정 쪽박까지 깨면 정치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상에 임할 때는 ‘이게 마지막 선이다, 협상에 두 번째 안은 더 이상 없다’는 이런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있냐”며 “협상이라 하는 것은 끊임없는 인내와 끊임없는 양보로 하나의 결실을 이뤄내는 건데 청와대나 당이 ‘이게 마지막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더 이상 할 게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교육부가 전날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달기’ 등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동을 금지하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하달한 사실을 언급하며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금은 어느 시대냐”며 “교육부 장관이 할 일이 없어 세월호 리본을 달지 말라는 공문 보내느냐 이 정부가 정신이 있는 것이냐”고 강한 어조로 공격했다.
그러자 세월호특별법 협상 대표인 이완구 원내대표가 “(세월호 협상 기간 힘들어서 터졌던 눈의) 실핏줄이 또 한 번 터지는 것 같다”는 뼈가 담긴 말로 응수했다. 그는 2001년 자신은 옛 자유민주연합 원내총무(현 원내대표)로, 이재오 의원은 옛 한나라당 원내총무로서 원내 협상을 함께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그때는 안 그랬는데 오늘 또 그렇게 말씀하신다”며 섭섭함을 표현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에어컨 하나만 더 켜자. 덥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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