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복귀를 선언했다. 외부인사인 안경환ㆍ이상돈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시도에 반발한 당내의 박 대표 사퇴요구, 박 대표의 칩거 및 탈당 거론 등 지난 닷새간의 혼돈이 일단 수습됐다. 하지만 당무복귀가 의미를 가지려면 깊은 내상을 입은 박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국회 정상화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박 대표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명히 해소해야 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박 대표가 주도한 세월호 여야 합의가 유가족 동의를 얻지 못해 당내 추인을 받지 못했고, ‘혁신과 확장’을 명분으로 한 외부인사 영입마저 무산됐다. 이 과정에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박 대표의 독단이 문제가 됐다. 당내 불신이 고조되면서 너도나도 사퇴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박 대표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내용의 보안 등 절차적 한계가 있는 반면 강경한 목소리를 통제하지 못하는 당내 분위기가 박 대표를 필요 이상 궁지로 몰아간 측면도 있다. 더욱이 박 대표 쪽에서는 일부 계파 중진이 일련의 사태에서 여론 동향에 따라 기회주의적 처신을 해 박 대표를 곤경에 빠뜨렸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박 대표가 시한부로라도 국회 협상의 책임을 계속 맡는 상황이라면 기왕에 드러난 의견수렴과 절차적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당은 박 대표의 권한을 적극 뒷받침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야당이 당장 뾰족한 수가 없어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는 것이라면 무책임한 처사다. 세월호 해법은 물론 국회 정상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진상조사위 수사권ㆍ기소권 절대 불가와 2차 협상안이 마지노선이라고 선언한 마당에 권한에 흠집이 난 박 대표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표가 다시 한번 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야당이 스스로 만들어줘야 한다.
박 대표는 어제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60년 전통의 뿌리만 빼고 끊임없이 혁신해 바뀌어야 한다”며 당의 환골탈태를 호소했다. 새정치연합이 오늘 당내 중진 인사를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라지만 당면과제인 혁신과 개혁의 적임자인지는 의문이다. 혁신의 움직임만 놓고 보자면 지금 누가 야당이고, 여당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위기의 야당이 오히려 계파의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계파 갈등과 시도 때도 없는 지도부 흔들기가 혁파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 박 대표의 호소를 새겨들어야 한다.
이제 야당 분란이 어느 정도 수습된 만큼 여야는 정상화의 걸림돌인 세월호 매듭을 풀기 위해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되 현실주의적 접근이 요구된다. 여당은 진상조사위의 수사권ㆍ기소권 문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최소한 특별검사에 관한 양보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국회 마비를 풀어야 할 쪽은 당연히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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