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사실상 거부 선언 후 경찰, 1인 시위자 장소 이동 강요
교육부, 전교조 세월호 수업 제동 유족의 朴면담 접수절차 복잡해져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유가족의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 선언을 한 직후부터 정부의 ‘세월호 지우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한 시민이 경찰로부터 시위 장소를 옮길 것을 수 차례 강요 받았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엄마들의 모임 ‘리멤버0416’ 회원 임은주(45)씨는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소권 수사권 보장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들을 펼치다 경찰에게 이동 요청을 받았다. 임씨는 “지금까지 회원들이 같은 자리에서 21회나 1인 시위를 했는데 유독 이날 경찰이 장소를 옮기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관례상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시위를 하려고 해 옮기라고 한 것”이라며 “지난 3~4주간 국회 안 세월호 농성장 경비에만 집중해 이날부터는 외부도 신경 쓰자는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을 뿐 세월호 시위만 단속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세월호 참사 관련 수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교조는 세월호 참사 5개월을 맞아 15~19일을 집중 실천주간으로 정하고 ▦세월호 특별법 바로 알기 공동 수업 ▦교사들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중식 단식과 학교 앞 1인 시위 ▦애도의 리본 달기 등을 진행 중이다. 이에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집중 실천주간 활동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유가족들의 대통령 면담 요청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들은 11일부터 순번을 정해 청와대 민원실을 방문해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며 면담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박진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16일 유가족 두 명이 주민센터에서 청와대까지 걸어가겠다고 하자 경찰이 막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면담 신청서는 각대봉투에 넣어야 한다’ ‘청와대까지 순찰차를 타고 가야 한다’ ‘면담 신청서를 미리 작성해 한 사람만 가야 한다’ 등 이전에 없던 절차 문제를 제기하며 면담을 요청하는 유가족을 압박했다고 국민대책회의측은 주장했다.
세월호 지우기는 추석 연휴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청주시는 추석 연휴에 시내 곳곳에 걸린 세월호 특별법 마련 촉구 실명 현수막을 철거해 이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춘천시도 6일 세월호 현수막 149개를 주민 요구가 있었다며 철거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과 같으므로 세월호 유가족들과 사회단체들은 정부안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양자택일만 남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 더욱 원칙적이고 강경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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