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국회 설전 이어 사내유보금 과세 반대 발언까지
경제 활성화 광폭 행보에 제동
최 "야당 설득도 급한데.." 고민
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거침없는 광폭(廣幅) 행보를 이어가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야당도, 시민단체도 아닌 친정의 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김 대표는 최 부총리가 추진하는 경제정책방향, 세제 개편, 예산 등 핵심 과제에 잇따라 태클을 걸고 있다. 국회에서 설전까지 벌이더니 급기야 사내유보 과세 등 입법이 절실한 사안에 대해서 최 부총리의 발목을 잡고 나섰다.
양쪽 모두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상황. 그러나 ‘친박 실세’라는 막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정책을 브레이크 없이 모두 밀어붙이고 있는 최 부총리에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업들의 사내유보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최경환 경제팀의 중장기 조세정책에서 핵심 과제다. “증세는 없다”고 못박은 최 부총리가 법인세 인상 대신 꺼내든 카드.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이 가계로 흐르는 선(善)순환 구조를 유도하겠다는 게 최 부총리의 구상이다.
최 부총리는 기회가 날 때마다 세제 설명에 공을 들였다. 기업들에겐 “세수(증가분)를 제로(0)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야당 등엔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이라고 설득했다. 구상 단계부터 우려가 많았지만 결국 최 부총리의 돌파력 덕분에 2017년부터 3년간 한시 시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이달 중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전날 공식 석상에서 이뤄진 김 대표의 “사내유보 과세 반대” 발언은 최 부총리 입장에서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발언을 접한 최 부총리가 “원론적인 지적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운을 뗀 뒤 환류세제의 목적을 거듭 강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
더구나 김 대표는 당시 “과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미래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 규제 완화와 규제 철폐에 더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훈수까지 뒀다. 규제 개혁은 최 부총리가 이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특히 사내유보 과세는 국회 통과 여부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사안. 가뜩이나 야당이 반대하는데 김 대표마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이른바 초이노믹스의 핵심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둘 사이의 재정건전성 설전(본보 15일자 3면)도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단지 나라 빚에 공기업 부채를 더할 것인가(김 대표), 말 것인가(최 부총리) 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최 부총리가 밀어붙이는 내년도 확장 예산 정책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앞서 김 대표는 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간담회에 참석해 “재정 확대 정책만 갖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라며 “노사가 타협을 해야 하는데 초이노믹스에는 그게 빠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대표 측에선 소신 발언이라는 입장. 김 대표가 10여 년 전부터 줄곧 재정건전성 유지를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했고, 사내유보 과세 역시 실효성은 적은데 기업환경을 둘러싼 대외적 이미지 손상이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자신 역시 기업인 출신의 경제전문가라는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전략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해석이다. 든든한 원군이 돼주리라 믿었던 당과의 관계에 틈이 생기면서 최 부총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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