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與 지도부 초청 회동 "사실상 '오더' 내려" 의견 많아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대통령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며 거리를 뒀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법 2차 합의안은 마지막 결단”이라며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을 두고 삼권분립 위배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세월호법 협상을 청와대가 배후에서 주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거세다.
박 대통령이 그 동안 세월호 입법은 정치권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다 입장을 바꾼 것은 논리모순을 넘어 삼권분립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수사ㆍ기소권 부여에 대해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며 대통령이 결단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여야의 2차협상안이 마지막 마지노선이라고 밝힌 것은 형용모순”이라며 “대통령이 국회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협상에 정면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하면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한 지적한 대목도 마찬가지로 선을 넘은 대목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삼권분립 원칙 훼손뿐 아니라 오히려 의원들을 자극해 세월호 협상을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견제ㆍ균형 관계에 있는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니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표현할 순 있다”면서도 “행정부 수반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의 수위를 넘어 섰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를 초청해 회동을 갖고 세월호법 처리를 주문한 대목에서는 그 동안 세월호 입법 과정이 당청의 긴밀한 조율 속에 진행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김 대표가 회동 직후 “(여당이) 청와대로부터 지시받는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에 사실상의 ‘오더’를 내린 게 아니겠냐는 의견이 많다. 실제 그 동안 새누리당이 수사ㆍ기소권을 완강히 거부해 온 이유는 이른바 ‘박 대통령의 7시간’을 포함한 청와대의 총체적 부실대응을 방어하기 위함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수사ㆍ기소권 거부가 결국은 청와대 지휘에 따른 ‘2중대’의 일사분란한 행동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여당도 행정부와 협력에만 힘을 쏟으면서 삼권분립의 기본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입법부의 기능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도 행정 독주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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