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찰에 공소장 변경 권고… 일각선 "살인죄 적용 염두" 해석
법원이 침몰하는 세월호에 갇힌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탈출했다가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준석(68) 선장 등 선원 4명에 대해 이들이 언제부터 살인의 범의(犯意)를 가졌는지를 특정해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공소장 변경은 법원이 검찰에 범죄 사실을 구체화하도록 요구한 것이어서,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이 최종 재판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는 17일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통상 살인 행위의 경우 살인의 고의가 발생한 시기를 (공소장에) 적시한다”며 “이 선장 등에 대해서도 살인의 고의가 언제부터 발생했는지 증거조사를 기반으로 적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세월호에 남아 있다가 숨진 다른 승무원들도 피해자로 돼 있던데, 이 선장 등이 이들에 대해서도 구호 의무를 진다는 법률적 근거도 함께 제시해 달라고”고 요청했다.
실제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선장 등이 승객 등에게 퇴선명령을 하지 않고 세월호를 퇴선하면 선내에 대기하던 승객 등은 세월호가 침몰할 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사망할 수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묵시적 교감 하에 승객 구호조치 없이 자신들만 퇴선하기로 용인하면서 상호 공모했다”고 밝히면서도 고의의 발생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이 선장 등이 살인행위를 개시한, 이른바 ‘실행의 착수’ 시점이 기재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이 선장 등의 승객 사망 가능성 인식 시점이 제시되지 못한다면 살인죄 적용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검찰은 이들이 부작위(不作爲ㆍ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것)에 의한 살인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언제 이뤄졌는지를 특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 선장 등이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직후 자신들이 선원이고 승객들이 선내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구조 중인 해경에 밝히지 않고 조타실에서 탈출한 시점(오전 9시46분)을 살인에 대한 고의의 시점으로 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법원의 공소장 변경 요구를 놓고 재판부가 “이 선장 등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리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보충하라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재판장인 임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이 이 선장 등에게 적용한 살인 혐의에 대한 심증이 완전히 형성돼 공소장을 바꾸라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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