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단기 부양만 신경" 우려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에서 세출 절감을 위한 핵심 과제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 “SOC 분야는 그간 축적된 것이 많은 데다 최근 수 년간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집중 투자가 된 것을 고려할 때 세출 절감 여지가 많다”는 것이었다. 올해 1조7,000억원, 내년 2조7,000억원 등 현 정부 임기 말인 2017년까지 SOC 분야에서 11조6,000억원의 지출을 줄여보겠다는 세부 플랜도 내놓았다. 작년 하반기 내놓은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해마다 SOC 지출은 줄여나가기로 약속했다.
불과 1년 만에 약속은 뒤집어졌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도로 철도 항만 등 SOC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24조4,000억원. 올해(23조7,000억원)보다 3% 늘어난 규모다. 심지어 SOC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요구한 예산보다 1조1,000억원을 더 받기도 했다. “내년에만 한시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늘리겠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이 조차도 이젠 신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예산 배분을 살펴보면 도로에 대한 투자(8조8,590억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철도(7조3,026억원) 물류, 지역 및 도시(3조3,293억원)에 대한 투자다. 정부는 특히 내년에만 94곳의 도로를 완공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해 54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도 통 크게 이뤄진다. 정부는 호남선 KTX 및 서해선 복선전철에 각각 300억원, 광주외곽고속도로와 포항-영덕 고속도로에 각각 150억원의 예산을 쓸 예정이다.
기재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SOC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듯 SOC에 대한 대대적 예산 투입의 주 목적은 경기 부양이다. 단기간에 경기를 띄우는 데 대규모 건설, 토목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 국토에 걸쳐 도로 항만 등이 이미 포화상태로 투입 대비 생산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SOC 예산 증가는 비효율적 자원배분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국토면적당 고속도로 및 철도 시설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최상위권인데다 교통량마저 줄고 있는 상황이라 관련 예산 투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SOC는 중앙정부 투자에 비례해 지방정부와 공기업, 민간 부문의 SOC투자가 같이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면서 “SOC의 경기 부양 효과가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투자 금액을 오히려 늘린 게 바람직한 결정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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