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잘못이다. 무능한 리더였다. 과욕도 부렸다. 진보를 희석하려 했다. 이념엔 문제가 없다. 위기 요인은 진영논리다. 계파가 가장 먼저다. 쪼개진 조직에 기치를 세우진 못한다.
“박영선은 두 가지 잘못을 했다. 첫째, 그는 외부인사가 당을 구제해줄 거라는 그릇된 믿음을 가졌다. (…) 이순신 장군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신다 한들 당 스스로 변화를 수용할 만한 그릇이 되어 있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다. 당 정체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는 외부인사라면 말할 것도 없다. (…) 둘째, 그는 중도로 외연확장하겠다며 때아닌 노선 문제를 제기했다. (…) 무너져가는 집에 누구를 초대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집을 튼튼하게 세우는 게 우선이다. 새정치연합의 당면 과제는 지도력 회복을 통해 당 분열을 극복하고 통일성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지 노선 전환이 아니다. 여당의 단단한 지도력이 보수 노선 때문이 아니듯이 야당 지도력 상실 또한 중도 결핍 때문이 아니다. (…) 중도론은 야당이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부상하던 불길한 현상이었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들어 당 일각에서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건 사퇴가 올바른 해결책인지 여부를 떠나 정상적 정치과정이었다. 그런데 그는 정당 리더십에 관한 문제 제기에 탈당이라는 사적 감정으로 반응했다. 그의 또 다른 실수다. 그러나 이를 박영선의 한계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야당 문제가 너무 많다. 박영선이 물러나도 나아질 것이 없는 것, 그게 박영선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모든 책임을 씌워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박영선은 악조건 속에서 당을 이끌었다. 계파 지배구조 때문에 웬만한 건 계파 보스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 여야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장외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장외투쟁을 하면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는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박영선 이전엔 김한길, 안철수가 그랬듯이 꽤 오랫동안 야당 지도자는 제각각 다른 이유로 다른 종류의 실패를 했다. 이 반복성은 ‘실패가 구조화된 당’을 바꾸지 않고는 지도자가 클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만일 박영선에게 비대위를 맡기면서 그 이름에 상응하는 권한을 부여했거나 역할을 분명하게 정의했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 야당의 차기 대권 주자들은 여당보다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야당의 실패 구조는 최근 이 상황을 역전시키고 있다. 또 다른 박영선을 만들지 않으려면 새 비대위 출범에 앞서 해야 할 것이 있다. 계파 보스들은 자기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비대위에는 전권을 부여하고, 비대위원장은 당내 인사로 선임하는 것이다. (…) 계파가 없고 비상대권을 쥐고 있으면 비대위원장 역할이 그리 어렵지 않다.”
-박영선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는 법(경향신문 기명 칼럼ㆍ이대근 논설위원) ☞ 전문 보기
“한마디로 ‘퇴짜야당’이다. 세월호특별법 합의안 두 번 퇴짜, 이상돈 퇴짜, 이상돈-안경환 공동비대위원장도 퇴짜. 무슨 야당 초ㆍ재선회동이니 3선회동이니 하는 끼리끼리의 회합 후엔 늘 그랬다. 급기야 박영선까지 퇴짜 놓았다. 이젠 박영선이 탈당하겠단다. 당 대표대행이자 비대위원장이 당을 퇴짜 놓으려 한다. (…) 가상이지만 이런 찌질한 방백(傍白)이 어쩌면 대한민국 제1야당의 리얼한 모습일 수 있다. ▶강경파 A=‘당신 박영선, 그걸 영입이라고 해왔어? 완전 지도력 부족, 자질 부족이야. (…)’ ▶강경파 정청래=“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사를 임명하면 박영선 퇴진투쟁에 나설 거야. (…) 이상돈 교수, 처신 잘 해야 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릴 뻗어야지. 새정치연합엔 당신이 밥 숟가락 얹을 자리가 없어.“(12일 실제 회견) ▶박영선=‘(…) 이상돈 같은 사람이 들어온다면 고마워해야지. 외연확대잖아, 외연확대. 중도로 가야 대선ㆍ총선에 이길 수 있잖아. (…) 개혁보수와 진보가 손잡아야 한다고 내가 몇 번을 말…아니, 말을 한 적은 없군. 그래서 나더러 소통부족이라 욕하는지 몰라도, 말 안 해도 머리가 있으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그리고 인간이 예의는 또 왜 그렇게 없니.’ ▶강경파B=‘흥. 중도? (…) 중도 강화가 뭐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관료 영입이네 전문가 영입이네 하면서 나중에 총선 때 물 먹이려는 수작 아냐. (…)’ ▶박영선=‘(…) 그 알량한 권력에의 탐욕.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군. 나더러 물러나라구? 날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언론ㆍ국민=“장외투쟁과 국회 파행으로 손해가 막심합니다. 제1야당이 파업하는 게 맞습니까. (…)” ▶박영선ㆍ강경파 일제히=‘시끄러. 언론은 조용히 해. 박근혜 대통령더러 해결하라 그래.’ ▶강경파C=‘박영선, 당신이 어디까지 버티나 볼 테야. 우린 물러나라고 촉구하는 회의를 매일 열거야. (…) 비대위원장 당장 그만둬. 아니, 원내대표까지 그만둬. 싫다는 말은 거절이야.’ ▶중도파 김성곤=“(…) 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의 교류… 생물도 동종교배는 열성을 낳고, 이종교배가 우성을 낳는 법. 오호 통재라!”(14일 성곤 칼럼) ▶박영선=‘(…) 여기서 밀리면 추방 아냐. (…) 내가 날 궁지로 몰아넣어볼까? 나 탈당할거야. 내가 탈당하면 당이 어떻게 되는 줄 알고 떠드는 거야? ’ ▶강경파AㆍBㆍC=‘탈당? (…) 거짓말이면 그 자리에서 당장 내려와! 사실이면 완전히 그 자리에서 내려와! (…) 나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 이 정도면 헤어져서 따로 사는 것도 방법이다. (…) 하지만 재산분할 문제 때문에 갈라서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 영입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나가는 문은 활짝 열려 있는 정당. (…)이대론 뭘하든 이기기 어려울 거다.”
-박영선의 탈당, 김성곤의 절규(9월 16일자 중앙일보 ‘강민석의 시시각각’ㆍ정치부 부장대우) ☞ 전문 보기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물러나야 할 것 같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월호 1ㆍ2차 여야 협상 실패, 안경환ㆍ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 논란 등으로 세 번이나 당에 치명상을 입혔다. 본인의 의도, 현 상황의 원인과 상관없이 리더는 ‘나쁜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둘째,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 번 다 명확한 논의 절차 없이 사실상 혼자 결정했다. (…) 혼자 결정하고, 문제 터지면 어영부영 넘어가고, 남 탓하고. 누구와 닮지 않았는가? ‘박영선 스타일’은 새정치연합은 물론 조직운영 원리에 맞지 않는다. 셋째, 박영선 원내대표는 예측 능력이 떨어진다. 내가 내린 결정으로 향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는 것도 리더로선 결격사유다. (…) 이상돈 비대위원장 선임에 대해 박 원내대표 쪽은 “창의적 발상이라 볼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 하지만 7ㆍ30 재보궐선거 참패로 드러난 새정치연합의 현 문제는 보수ㆍ진보 갈등, 외연 확대 논란이 아니라 추락한 국민 신뢰와 조직을 어떻게 추스르느냐였다. 새정치연합이 박영선에게 기대한 것도 합리적인 보수인사 끌어들여 당을 중도정당화하라는 게 아니었다. (…) 12일 김한길ㆍ문재인ㆍ문희상ㆍ박지원ㆍ정세균 등 당내 중진 5명은 박 원내대표와 모임을 가진 뒤, “원내대표 거취 문제 얘기 자제”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 중진들과 박 원내대표 스스로 문제를 ‘계파 갈등’ 프레임으로 만들어 버렸다. (…) 박 원내대표는 각 계파가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을 흔든다는 피해의식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세월호 협상 실패, 비대위원장 파문 일으킨 건 ‘계파’가 아니라 ‘박영선’이었다. 새정치연합은 계파에 속하지 않은 그가 계파 갈등을 중화시켜줄 것을 기대했다. 김한길·안철수 체제가 지닌 ‘모호함’을 보완할 ‘박영선’이란 대중성과 선명성에 기댔다. 돌이켜보면 ‘박영선의 선명성’이라는 것도 삼성 문제 등 특정 사안에 개별 의원으로서 끈질기게 파고들거나, 공격적인 태도, 앵커 출신다운 또록또록한 발음 등 외형적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박영선식 선명성’에 지도자 감투를 씌우니 문제가 드러났다. (…) 박영선 개인은 많이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구원투수로 올라와 난타당하고서 “야수들이 나 골탕 먹이려 일부러 공 빠뜨린 거 아니냐” 하면 다음엔 정말 고의로 공 빠뜨리는 게 뭔지 보게 된다.”
-박영선은 책임져야 한다(9월 15일자 한겨레 ‘편집국에서’ㆍ권태호 정치부장) ☞ 전문 보기
금융 경영자만큼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는 드물다. 결정 부담도 크다. 파장이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친다. 정권 전리품이어선 안 되는 이유다. 대통령 눈에 든 낙하산이라면 더 뻔하다.
“‘금융판 막장드라마’로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는 KB금융 사태는 각기 다른 줄을 타고 온 낙하산 회장ㆍ행장 간의 이전투구가 본질이다. 거기에 낙하산을 막기는커녕 방조했다가 뒤늦게 끼어들어 망신을 자초한 금융감독 당국이 조연이다. (…) 그럼 KB금융에 낙하산을 낙점한 이는 누군가.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최종 낙점한 건 청와대다.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 이명박 정부의 금융 ‘4대 천왕’이 한국 금융을 20년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받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낙하산의 폐해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그새 잊었단 말인가. (…) 노무현 땐 찔끔이던 낙하산이 MB땐 무더기로 쏟아졌다. KB금융처럼 주인 없는 은행에까지 주인행세를 했다. 수억~수십억원의 연봉, 높은 복지혜택에 눈이 먼 것이다. 은행을 살리기 위해 온 국민이 어떤 고통을 참아냈는지 까맣게 잊은 것이다. 줄서기와 눈치 보기, 보신주의가 종합선물세트처럼 따라왔다. A은행장은 “MB는 금융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전리품처럼 나눠줬다. 인맥·학연에 따라 무자격자, 금융 문외한까지 CEO 자리에 앉히면서 한국 금융의 후퇴를 부채질했다. 최대 피해자가 KB금융이었다”고 말했다. 이 정부는 어떤까. (…) 박 대통령의 싱크 탱크,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금융기관에 줄줄이 입성했다. 지난해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꿰찬 홍기택 전 중앙대 교수는 금융 경력이 전혀 없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과 대통령직 인수위원 출신으로 스스로 “나는 낙하산”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정책금융을 진두지휘해야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 후임엔 청와대 내정설이 도는 인사가 유력하다고 한다. (…) 지난 3월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한 이덕훈은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금융 인맥의 핵심인물이다. 이달 초엔 5개월간 공석이던 수출입은행 감사 자리마저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의 공명재 계명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는 금융은 물론 감사직에 적합한 경력이 없다. (…) 곧 KB금융의 새 회장을 뽑아야 한다. 벌써 여럿이 뛴다는데 유력 후보자들이 꼭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누가 낙점됐답니까?”다. KB금융은 지난 10년을 ‘낙하산→경영 분쟁→도로 낙하산’의 사슬에서 쳇바퀴 돌 듯했다. 이번에도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면, KB금융엔 미래가 없다. 그건 한국 금융의 미래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그땐 정말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에게 책임 물을 수밖에(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5번이나 연임했던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박종원 전 사장. 그는 재임 시절 사석에서 “나는 낙하산이었다”는 말을 주저하지 않았다. (…) 박 사장은 금융권에서도 ‘특수한’ 경우였다. 그가 맡은 회사는 은행 같은 거대 조직이 아닌 재보험사였고, 자신을 다시 신임해 줄 오너가 확실했으며 그의 자리를 탐내는 더 힘센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낙하산 논란으로 시끄러운 KB금융 사태는 그래서 코리안리의 사례와는 사뭇 다르다. 혹자는 이번 사태를 개성 강한 두 CEO(지주 회장, 은행장)의 갈등 탓으로 돌리지만 금융을 오래 지켜 본 이들은 KB가 오늘날에 이른 이유로 주저 없이 낙하산 인사를 꼽는다. KB 사태는 예견된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 은행은 방대한 예금ㆍ대출 규모만큼이나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CEO가 조용히 경영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 뚜렷한 오너도 없다. 최대지분을 10%로 제한하다 보니 일대 주주라도 경영자를 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칫 감독권을 쥔 정부가 사실상 주인 행세를 하기 쉽다. 권한 많은 CEO 자리는 자연히 늘 누군가 탐내는 사람이 생긴다. KB의 불행은 여기서 시작됐다.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순수 민간 회사, 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음에도 CEO가 바뀔 때마다 ‘실세가 밀어주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고, 그 중 한 사람이 자리를 꿰찼다. 사실 낙하산들은 하나하나 떼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실력파들이었다. (…) 하지만 그들이 자리를 잡으면 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 취임 초기엔 금융당국조차 두려워하는 권위를 뽐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당국의 갖가지 조사에 시달리는 혐의자 신세가 된다. 결국 초라한 행색으로 쫓기듯 물러나는 게 역대 낙하산 CEO들의 전형이었다. 힘 좋은 뒷배가 있다는데 왜 그렇게 탈이 많을까도 싶지만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낙하산이 가능한 자리로 인식되는 순간, 더 센 힘을 등에 업은 후계자들이 끊임없이 그 자리를 노린다. (…) 아랫사람들은 어떨까. (…) 여러 낙하산 중에 누가 살아남을지, 다음엔 누가 올지를 먼저 생각한다. (…) 이것이 불과 7년여 만에 KB금융에서 ‘리딩 뱅크’라는 수식어가 사라진 이유다. (…) 전문가들도 갖춰질 인사 시스템은 이미 다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치권력을 잡은 ‘지휘관’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부득불 낙하산 부대를 거느리고 있다 해도 적어도 금융권, 더구나 민간회사 CEO는 투하 지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얘기다.”
-낙하산보다 지휘관이 문제다(9월 16일자 한국일보 ‘36.5°’ㆍ김용식 경제부 기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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