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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밑에 숨는 방재훈련, 목조건물 시대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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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밑에 숨는 방재훈련, 목조건물 시대의 유산

입력
2014.09.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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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자신은 안 죽을거라 생각... 이게 바로 안전 불감증의 근원

안전 분야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

18일 서울 동국대 영상센터 내 한국방재안전학회 사무실에서 조원철 학회장이 한국의 방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8일 서울 동국대 영상센터 내 한국방재안전학회 사무실에서 조원철 학회장이 한국의 방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8일 서울 동국대 영상센터 내 한국방재안전학회 조원철(65) 학회장의 사무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수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조 학회장은 바지 주머니에서 ‘검은색 비닐봉지’를 하나 꺼냈다. 지하철이나 건물 등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났을 때 응급 산소마스크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반쯤 열린 사무실 문은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지진이 났을 경우엔 문지방이나, 건물 기둥 옆이 가장 안전한데, 문을 닫아 두면 문 틀이 어그러져 열리지 않아 매우 위험하고 조금 열어두면 가장 훌륭한 피신처가 된다. 조 학회장은 “예전엔 책상 밑에 숨으라고 교육했지만, 목조 건물 위주였을 때의 낡은 방식”이라며 “콘크리트 위주의 현대 건물이 무너졌을 경우 나무 책상으로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차 안에는 안전모, 방독 마스크, 담요 3장과 함께 페트병을 매단 10m짜리 밧줄 5개가 비치돼 있다. 수난 사고가 나면 사용할 응급 구조 도구다. 조 학회장은 “학생들 강의할 때에는 강의실 가운데에 앉지 말라고 합니다. 건물이 붕괴될 땐 공간의 가운데부터 무너지기 때문에 제일 위험한 자리니까요. 강의실 문 쪽이나 가장자리에 앉는 게 안전하기도 하고 졸기에도 좋지 않느냐고 농담을 하곤 하지요.”라며 웃었다. 조 학회장은 국내 최고의 '방재 전문가'로 꼽혀 오다 지난달 말 연세대 교수직을 은퇴했다.

안전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7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유학 시절 부터다. 인도출신 잔디(Zandy) 교수가 강의하는 ‘도시화에 따른 불안전 재해 문제’라는 과목을 수강했는데 도시화가 이뤄지면 어떤 시설이든 안전하고 편리해질 것이라는 기존 상식을 뒤엎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경험하지 못한 불안전한 일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적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이후 1984년부터 연세대에서 교편을 잡은 그는 1993년 국내 첫 민간 재해연구기관인 연세대 공대 부설 재해연구소를 열었다. 또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잇단 대형 참사 이후 설립된 국립방재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았고 국무총리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과 대통령비서실 수해방지대책기획단장 등을 지내는 등 명실공히 ‘사고가 나면 언론이 찾는 전문가 1순위’로 꼽힌다.

지난 30년간 물(수해), 불(가스폭발, 화재), 흙(산사태), 콘크리트(지진, 건물붕괴) 등 경험하지 않은 사고가 없었지만, 67명이 사망ㆍ실종한 1998년 지리산 호우 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확한 날씨 예보와 발빠른 구조작업이 병행됐다면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조 학회장도 몇 차례 혼이 났다고 한다. 1997년 경기 연천댐이 무너졌을 당시 지프차에 탑승한 채 핸드폰으로 라디오 중계를 하다 차가 물에 잠길 뻔 했고, 2008년 이천 화재사고 현장 실사 중에는 갑자기 건물 천정이 일부 무너지기도 했다. 조 학회장은 “사람들은 대개 ‘나는 안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바로 안전 불감증의 근원”이라며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낭비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가장 효율적인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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