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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폭력과 세련된 소통 사이-IS 미디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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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폭력과 세련된 소통 사이-IS 미디어전략

입력
2014.09.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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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고 포장한 뉴미디어 전략… 공격적 마케팅 알카에다보다 진일보

적에겐 공포심 불어넣고… 섬뜩한 장면들 해시태그에 삽입해 공포 유발

해외 지지자엔 따뜻한 영웅으로… 정의로운 단체로 이미지 메이킹

이슬람국가(IS)가 “인생은 한번뿐이니까 도전하며 살라”는 의미의 유행어 ‘YOLO’를 ‘YODO’로 패러디한 홍보 포스터. “당신도 한 번은 죽는다. 소중한 삶을 순교로 마무리하면 어떤가” 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AP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가 “인생은 한번뿐이니까 도전하며 살라”는 의미의 유행어 ‘YOLO’를 ‘YODO’로 패러디한 홍보 포스터. “당신도 한 번은 죽는다. 소중한 삶을 순교로 마무리하면 어떤가” 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AP연합뉴스

자신들의 야만적 만행을 유튜브에 올리며 시대착오적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어떤 국제 단체가 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이, 포박 당한 외국인 기자를 협박해 선동적 발언을 강제하고는 그의 목을 베어버리는 비인도적이고 거친 범행 과시다.

한편 인생은 한번뿐이니까 도전하며 살라는 의미의 유행어 ‘YOLO’를 패러디한 홍보 포스터를 만든 어떤 국제 단체가 있다. 죽음은 한번뿐이라고 이 유행어를 살짝 비틀고, 이왕이면 그 죽음을 멋지게 순교로 맞이하라는 내용이다. 온라인 문화에 걸 맞는 유머 감각과 진지한 섬뜩함이 기이하게 섞인 홍보물이다.

두 가지 상이한 방식의 홍보물은 같은 단체의 미디어전략이다. 바로 칼리프 체제의 부활을 내건 무슬림 수니파 무장 세력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 등으로 불리다 스스로 이슬람국가(IS)를 자처하고 나섰다. 일개 무장 세력에 국가 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라크시리아 알카에다 분리주의자들(QSIS)라는 명칭 제안까지 나오며 호칭마저 분분하다.

과격무장세력 미디어 전략의 새 경지 IS

이들은 지금 빠르고 체계적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중동 질서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 바탕에는 잘 정비된 조직과 무기를 바탕으로 영토를 점령하는 군사력, 그리고 잘 설계된 매체전략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관심을 끌어내고 사람을 모으는 홍보력에 있다.

이들처럼 일종의 게릴라 저항세력들이 당대의 미디어 기술, 특히 온라인 소통망을 적극 활용해 세력을 넓히는 전략은 실은 오래된 것이다. 1990년대 멕시코 사파티스타 농민항쟁의 주역들이 언론 기고와 인터넷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발표했고, 중국에서 탄압받는 파룬궁(법륜공) 운동이 조직을 세계로 분산하며 자국 박해 상황을 온라인에 알리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례다. 9ㆍ11 테러 주범으로 꼽히는 알카에다만 하더라도 범행을 저지른 후 비디오 연설,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제작했다. 점조직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소통에는 인터넷상의 폐쇄 이용자 그룹과 이메일 등을 주로 활용한 것도 드러나 있다. 나이로비 쇼핑몰 총격사건 당시 트위터에는 총격을 보도하는 기자들의 트윗과 함께 사건을 일으킨 소말리아 테러 단체 알샤바브의 범행을 자랑하는 트윗도 넘쳐났다.

IS의 미디어전략은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들이 새삼 주목 받는 것은 그러한 방식의 종합적 설계와 수행 방식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선 알이티삼 미디어 재단이라는 선전ㆍ선동 전용 미디어 조직을 정식으로 갖추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방 세계의 청중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다국어 선전활동을 하는 알하야트 미디어센터도 만들었다.

피아 구분해 SNS 등에서 적극 선전ㆍ선동

그보다 더 눈 여겨 볼 것은 자신들이 달성하려는 세부 과제에 따라서 메시지 수용자층을 구분하며 표적 공략하는 기민함이다. 청중은 크게는 적과 지지자들로 나뉜다. 지지자들은 다시 현지 주민과 외부세계의 잠재적 가입자로 나누어 다뤄진다.

적들을 상대로 하는 캠페인은 기존 테러 무장단체들의 전략 범위 안에 있다. 바로 굳센 결의를 빙자한 잔학함의 과시다. 미국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피해자에게 카메라 앞에서 미국의 중동 무력개입을 비난하는 성명을 읽게 한 뒤 목을 베는 모습을 촬영해 동영상 사이트 등 여러 경로로 유포시켰다.

그런데 선동의 완성도가 자못 다르다. 이 영상에서 무장 괴한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던지는 메시지는 “당신이 상대하는 것은 더 이상 봉기가 아니라 이슬람 군대다. 이슬람 칼리프 통치의 안전함 속에 살아갈 무슬림의 권리를 부정한다면 당신 민족의 피가 흐를 것이다” 같은 정제된 논리를 구사했다. 나아가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폴리를 살해한 복면 괴한은 영국 억양을 사용하는 사람이고 영상은 실제 살해 장면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상은 가장 극적으로 “처단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며 실제 살해는 따로 했다는 것이다.

IS의 미디어 전략에서 더 흥미로운 점은 지지자들, 그 중에서도 외부 세계의 잠재적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다. 현지 주민들에게는 칼리프 국가의 장점을 설명하거나 문화적 자긍심과 교육과 복지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포섭 방식을 이용한다.

외부세계에서 지지자들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이들은 실제 화제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과장해 자신들의 존재를 정의롭고 멋있는 것으로 선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단주의 과격 무장투쟁에 찬성하지 않겠지만, 미디어로 연결된 사람들의 숫자는 방대하고 그 중 이런 이미지 메이킹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적들을 위협하는 메시지와 지지자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트위터상에서 특정 토픽에 대한 검색 키워드를 메시지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해시태그라는 것이 있다. IS가 이를 자신들의 캠페인에 이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서구권 사용자들이 어느 순간 열심히 검색하는 태그(예를 들어 #WorldCup2014 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잔학한 파괴와 살해 장면들을 사진으로 삽입한다.

하지만 IS를 자랑하는 전용 태그를 투입할 때는 주로 인간적이고 용맹하고 멋있는 조직원 사진을 첨부한다. 이런 해시태그 캠페인은 특정 시간에 집중되도록 조직되고, 여기에 계정 해킹은 물론이고 자동 프로그램까지 활용해 자신들과 관련된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아랍권 인기 리스트에 올리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공통된 대응 전략, 언론의 품위 긴요

이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타 소셜미디어도 비슷한 접근법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기쁜 대청소의 새벽’이라는 제목의 스마트폰용 전용 앱까지 개발했다. 이것을 통해 자신들의 최신 소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앱 가입자의 소셜 계정을 통해 메시지 재확산까지 된다. 이런 식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주목을 끄는 것은 물론 조직 가입과 모금활동까지 해내고 있다.

특히 미디어 홍보를 위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데도 성공해, 본부가 아닌 세계 도처에서 동조자들이 여러 홍보물을 협업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온라인 팬클럽이 크고 작게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각종 인터넷 유행을 반영한 패러디 홍보 이미지, 영상물 번역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물론 IS 조직원들 역시 소셜미디어에 자신들의 일상에 대한 사진과 단상을 계속 올리며 이들에게 소재와 동질감을 공급해주고 자연스럽게 소통한다는 느낌을 만들어준다.

IS는 트위터를 통한 주의ㆍ주장 발표 조차 신기한 취급을 받아오던 여타 무장단체를 한참 뛰어 넘어 자발적 확산과 어뷰징을 오가며 공격적 마케팅을 일삼는 미국 대기업 홍보팀에 훨씬 가까운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다루는 소재가 한쪽으로는 잔학한 폭력의 과시, 다른 한쪽으로는 그런 잔학한 폭력에 동참하도록 하는 세련되고 친근한 초대일 따름이다.

IS의 미디어 행보는 미디어기술 뿐만 아니라 활용 전략 역시 국경이나 명분을 넘어 누구나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인권침해로 점철된 무장테러 세력을 반대하고자 한다면, 그들의 세련된 미디어 전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편리한 우회로는 없다. 마찬가지로 세련된 대응책이 필요하다. 야만인들이라고 단순히 악마화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동조하는 것이 어떻게 문제를 악화시키는지 잠재적 지지자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또한 그들의 공포 전략에 선정적인 후속 보도로 부화뇌동하지 않는 침착한 품위를 언론과 개인 미디어 공간에서 보여줘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우선 그런 대항 캠페인을 이끌 주체가 모호하다. 나아가 언론과 개인들이 흥분하지 않기에는 IS가 만들어내는 사건들이 너무나 구미 당기는 자극적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들에 대한 적당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동안 IS의 미디어전략은 적어도 한동안 계속 성공을 거듭할 것이다. 그들이 성공하는 만큼 나머지 세계는 패배할 따름이다.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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