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거울 속 꿈이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이 가져올 10만달러 시대
인권ㆍ보안 의식도 함께 성숙해야
60년 전의 초등학교 시절, 나는 밥 먹는 것보다 만화를 더 좋아했다. 당시 본 만화 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하나 있다. 어느 소년이 개울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건을 주웠다. 깨진 거울조각이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거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울 안에는 생전 보지 못한 동네가 있었다. 소년은 그 동네 아이들과 친구가 돼 한참 놀다가 거울 밖으로 나왔다. 나와보니 이미 저녁이 됐고 소년은 집에 들어가 어머니로부터 늦게 왔다는 꾸지람을 들었다.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만화에 등장한 소년처럼 우리는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안에는 동호인들이 모인 사이버카페, 관심 이슈에 대해 정보를 주고 받는 사이트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무궁무진하게 있다. 매일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기고 색다른 삶이 만들어지고 있다. 60년 전 어느 만화가가 상상했던, 깨진 거울조각 안에 있는 새로운 세상이 현실로 구현된 것이다.
1980년대에 우리는 컴퓨터 혁명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 혁명이 일어났고, 2000년대 들어서는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이들은 본격적인 혁명이 아니었다. 스마트 혁명의 준비작업에 불과했다.
혁명은 단순한 기기나 제도의 변화가 아니다. 우리 생각의 변화이고, 삶의 변화이며 가치창출 원천의 변화이다. 스마트 혁명은 물질적인 풍요와 함께 창조적인 생각과 자유를 맘껏 누리는 삶을 찾게 해주고,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제공해줘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의하면 2014년 7월말 기준으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3,935만명이다. 한 달에 30만명씩 늘고 있으니 10월 이내에 4,000만명을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 12세 이상 한국인 4,500만명의 90%가 사용자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스마트 시대를 가장 먼저 열고, 스마트 시대를 제일 앞에서 이끌 수 있는 나라이다. 비록 10년째 2만달러 대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가 스마트 선진국이 된다면 몇몇 국가를 빼놓고는 1인당 소득 10만달러를 제일 먼저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 사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모든 성인은 스마트폰을 가져야 한다. 스마트폰을 안 가지고 있는 국민에게는 정부가 무료로 보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가 5만원 이내의 스마트폰이 보편화돼야 한다. 모든 성인이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면 주민등록증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도록 한다. 운전면허증을 비롯한 각종 면허증이나 학생증과 같은 신분증, 크레디트카드 역시 스마트폰에 탑재함으로써 우리 국민은 두툼한 지갑 대신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녀도 된다. 상거래는 물론, 모든 계약도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게 된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창업에 18분 걸린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창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면 3분에 끝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삶은 감성이 주도하는 분야로 국한될 것이다.
둘째,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첨단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이성적인 우리 삶이 모두 스마트폰에 들어가려면 하나하나의 행위를 소프트웨어프로그램으로 개발해서 스마트폰에 장착해야 한다. 우리가 세계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제일 먼저 개발하고, 이를 세계 표준으로 만들면 전세계는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1인당 10만달러 수준의 국가소득과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
셋째, 인권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스마트 혁명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거나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한 교육과 배려는 선결과제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서의 보안장치는 안전장치이다. 휴대폰을 분실할 때 오는 삶의 중단과 파괴라는 황당한 상황, 그리고 휴대폰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때 나타나는 인권 면에서의 심각한 문제점을 사전에 대비하는 것은 필요조건이다. 인권 보호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은 충분조건이다.
이 세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우리나라는 거울 속에 있는 세상, 1인당 소득 10만달러를 넘는 스마트 사회를 선도하는 최선진국이 될 것이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ㆍ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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