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홍준표 합류 밀어붙이자 잠룡그룹·친박계 등 거센 반발, 결국 자문위원장 위촉으로 매듭
"혁신위는 계파의 생사여탈 무대, 이해관계따라 갈등 더 거세질 것"
새누리당이 25일 잠룡들의 합류로 논란이 제기된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인선을 진통 끝에 사실상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대선주자나 계파간 파열음이 새어 나오면서 향후 혁신위발(發) 권력다툼을 예고했다.
원희룡 홍준표 참여 제동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혁신위 합류 여부를 놓고 시작부터 갈등이 표출됐다. 추가 인선에 전권을 갖고 있던 김문수 위원장이 과거 당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았던 두 지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인선안을 밀어 붙이려 했지만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공개 발언에서 “혁신위에서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인적 구성에서부터 당내 공감이 필요하다”며 “일부에선 우리 혁신위가 대권주자들의 놀이터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이 나온다”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저도 도지사를 해봤고 김 위원장도 해 봤지만 종합행정을 하면서 장시간 시간을 실제 뺄 수가 없을 것”이라며 “무슨 의도를 갖고 이렇게 구성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비공개 회의 때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잠룡 그룹을 분류되는 두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차기 대선 경쟁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혁신위에서 사실상 배제된 친박계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친박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현직 도지사가 혁신 테이블에 참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혁신위 인선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최고위는 논란 끝에 나경원 의원과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김정미 베트올 대표 등 7명을 혁신위원으로 추가로 선임했고, 홍준표 원희룡 지사는 혁신위원이 아닌 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두 지사의 경우 사실상 혁신위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된 셈이다. 회의 직후 김 위원장은 “전직 혁신위원장은 다 참여한다는 게 내 방침이었다”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남은 혁신위원 두 자리에 대해 추후 상황을 봐서 인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내주 초에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혁신위발 권력 다툼은 더욱 거세질 듯
혁신위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 봉합되긴 했지만 혁신위발 권력 다툼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무성 대표가 김 위원장을 끌어 들이고 김 위원장이 다른 잠룡들을 합류시키려 한 데는 서로간 협력을 도모하면서 당내 집중 견제를 피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혁신위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 주자들이 꿈틀거리면서 당 혁신 과제를 놓고 대선주자간 경쟁이 불 붙을 소지가 다분하다. 상황에 따라 혁신위가 공천 방식은 물론 총선 및 대선의 경선룰까지 다루게 되면 특정 대선주자나 계파의 생사여탈권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듯이 혁신위 활동과 관련해 특정그룹의 제동이 시작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권력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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