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30일로 연기한 본회의를 예정대로 열고 계류 안건을 처리할 방침을 정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정상화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본회의 하루 전인 29일까지 등원 명분으로 삼은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뚜렷한 진전이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등원 여부를 둘러싼 격론이 예상됐던 새정치연합 의원총회는 유족 총회와 30일 여야 원내대표와 유족 간 3자 회동을 지켜본 이후 열기로 하면서 강온파 간 충돌은 일단 피했다.
정 의장 “30일 본회의서 계류안건 처리할 것”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이날 “26일 본회의 산회 때 의장이 말씀한 대로 30일 본회의를 열겠다는 의지는 그대로”라며 “현재 계류 중인 안건은 모두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5월 2일 이후 4개월 넘게 ‘입법 제로’인 상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게 정 의장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30일 본회의 전까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포함해 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새누리당 단독으로라도 계류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앞서 정 의장은 26일 직권 결정한 본회의를 법안 처리 없이 9분 만에 산회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30일 본회의를 소집해 모든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과 새누리당의 30일 본회의 강행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국회 정상화의 전제 조건인 세월호특별법 협상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전날 제안한 여야 대표회담은 성사되지 않았고, 이날 오전부터 여야 원내대표 회동과 이어 열린 여야 및 유가족 간 3자 회동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
野, 등원론 확산 속 “백기투항 반대”의견도
새정치연합 내에선 지난 26일 본회의는 정 의장의 배려로 최악의 파국을 피한 만큼 야당이 30일 본회의를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처리 예정 안건이 여야 이견이 없는 비쟁점법안이란 점과 등원 이후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을 통해서도 세월호 정국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 이런 기류를 뒷받침했다.
문 비대위원장이 이날 “강력한 원내투쟁으로 방점이 옮겨지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등원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어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협상 재개와 관련해 “지금 상황은 화룡점정, 즉 마지막 눈알 하나만 찍으면 되는 데까지 와 있다”고 국회 정상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중도파인 이상민 의원도 이날 한 방송인터뷰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내일 본회의는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감이나 예산심의 등의 일정을 볼 때 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월호특별법은 병행해서 논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경파에선 “아무 것도 얻은 것도 없는데 빈손으로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 “세월호 협상 성과를 얻기 위해선 투쟁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다만 이날 저녁 의원총회에서는 등원의 전제였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내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점을 감안해 박영선 원내대표의 협상 경과를 보고 받고 등원 여부 등 정국대응 방안에 대해선 협상 이후에 재논의키로 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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