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여행 후 발병… 즉각 확산 가능성은 적어
미국에서 서아프리카 여행 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처음 발생했다.
미국인 의사 등이 에볼라 발생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벌이다 감염돼 미국으로 후송 치료 받은 경우는 여럿 있지만 미국 내에서 에볼라 감염 확진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서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에볼라 감염이 확인된 것도 이 사례가 최초로, 에볼라 바이러스의 대륙간 이동이 현실이 된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30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와 유사한 증세로 검사를 받은 한 환자가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 환자는 최근 에볼라 발병 지역인 라이베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이 병에 걸린 사실을 모르고 귀국한 채 텍사스 지역으로 갔다가 에볼라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미국에 도착하고 엿새가 지나서야 처음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같은 비행기에 탔던 승객이나 그와 접촉한 가족 등 일부가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에볼라 증상은 통상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서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21일이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
미국에서 에볼라 환자가 처음 발생했다고 해도 당장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에볼라는 증상이 없을 때는 전파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체액, 주로 혈액에 노출돼야만 감염되기 때문이다.
병원측은 전날 성명에서 이 환자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증세와 최근 여행 기록을 고려해 엄격하게 격리한 상태에서 검사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CDC는 지난 7월 27일 이후 이 환자를 제외한 12명이 미국 내에서 에볼라 감염 여부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토머스 프라이든 CDC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퍼지지 않게 에볼라 유입을 통제하고 봉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이든 국장 등으로부터 이번 상황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최신 통계로 에볼라 주요 발병 국가인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3개국의 에볼라 감염자 수는 6,553명, 사망자수는 3,083명이다. 하지만 CDC는 최근 에볼라를 통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없다면 내년 1월쯤에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감염자가 55만명에서 최대 140만명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은 상태다. 이 숫자는 현 WHO 집계에 반영되는 않은 환자까지 감안하면 실제 감염자 숫자는 공식 발표의 2.5배 이상인 2만명 정도일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에볼라 환자 한 명이 접촉한 사람 숫자와 감염률 등을 계산한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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