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와 관계 개선에 공들여… 공동성명에서 북핵 우려도 언급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다.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총리던 2002년 발생한 힌두·이슬람교도 간 유혈충돌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최근까지 미국 입국비자를 거부당했던 때를 생각하면 대우가 달라진 게 실감 난다. 미국의 태도 변화에는 껄끄러웠던 인도와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오바마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30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공고히 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선 빈곤층 구제 등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무역, 우주, 에볼라, 기후변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국가(IS) 문제 등을 광범위하게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디 총리의 5월 취임 이후로 인도가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열정과 결단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치켜세우고 “양국의 파트너십과 우정을 강화,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도 인도와 미국이 최근 나란히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사실을 거론하면서 “양국이 화성에서 정상회의하고 나서 지구에서 또 만나고 있다. 이 우연의 일치가 양국 관계를 대변한다”며 “양국은 이미 강한 파트너십의 토대가 있고 이제 그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모디 총리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기념관을 방문할 때도 동행했다. 오바마는 전날 모디 총리와 백악관 블루룸에서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을 포함해 모두 세 차례나 회동ㆍ동행해 외국 정상으로서도 이례적인 대접을 받았다.
이런 환대가 주목받는 것은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인도와의 관계가 다소 서먹했기 때문이다. 모디는 총리로 당선되기 전까지 미국 입국금지자였다. 양국은 또 미국 주재 인도 여성 외교관이 가사도우미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미 당국에 지난해 체포되는 등 이런저런 갈등이 이어졌다. 7월에는 인도가 저소득층에 대한 식품 보조금 지급에 재량권을 요구하면서 오바마가 추진하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원활화협정 채택을 거부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 변화는 오바마의 핵심 외교정책인 ‘아시아 중시’ 전략 달성과 중국 부상 견제를 위해 인도와 관계를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두 정상이 공동성명에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영유권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지역 안정을 위해 일본까지 참가하는 3국 외무장관 회담을 열기로 한 것이 그런 속내를 잘 드러내준다.
한편 양국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비롯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을 우려한다”고 북한 핵개발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국제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하고 2005년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하는 등 비핵화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