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시장조사회사가 최근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분해해 제조원가를 따져봤다. ‘IHS’라는 이 회사는 부품 값을 하나하나 계산했다. 애플이 설계한 64비트 A8 프로세서는 20달러, ‘퀄컴 MDM9625M+WTR1625L+WFR 1620+앞면’은 33달러, 오디오 코덱, NFC 컨트롤러, 센서 등을 합한 유저 인터페이스와 센서 부품이 22달러, 브로드컴 BCM4345 등 블루투스와 무선랜 모듈이 4.50달러, ‘다이얼로그+퀄컴’의 전원 관리 장치 7달러, 1334×750 인셀터치 IPS LCD(4.7인치용)는 45달러 하는 식이다.
여기다 제조공장의 노동비용(4~4.5달러)까지 감안해 이 회사가 추정한 원가는 아이폰6가 200~247달러, 아이폰6 플러스가 216~263달러였다. 아이폰6와 6 플러스는 통신사 약정을 끼지 않은 기기의 소매가격이 미국에서 아이폰6의 경우(16GB) 649달러, 6 플러스의 경우 749달러였다. 이 회사의 원가 계산이 맞다고 한다면 애플은 기기 한 대당 70% 안팎의 이익을 남긴다는 계산이 된다.
그런데 아이폰의 이 소매가격도 나라마다 다르다. 물가 수준이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다르니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난다면 좀 당황스럽다. 아이폰6는 지난달 중순 1차로 9개 나라, 하순에 18개 나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 27개국의 소매폰 가격은 이미 공표돼 있다.
비교를 위해 아이폰6 16기가 모델을 예로 들면, 앞서 말했듯 미국은 649달러(약 69만원)다. 하지만 터키에서 이 제품은 2,349터키리라(109만원)에 팔리고 있다. 1.6배 정도 비싸다. 미국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든 나라 중에서 거의 가장 싼 수준이지만 이보다 싼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의 공식 소매가는 6만7,800엔. 한국 원화로 66만원 정도다.
가격이 싼 나라별로 순위를 따지면 일본, 미국에 이어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홍콩, 대만,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 러시아, 룩셈부르크, 영국, 스웨덴, 덴마크, 독일ㆍ네덜란드ㆍ스페인ㆍ아일랜드ㆍ오스트리아ㆍ핀란드ㆍ벨기에ㆍ폴란드(이상 동일 가격) 노르웨이,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순이다. 대체로 북미와 아시아권이 싸고 유럽이 비싸다. 중국은 오는 17일 3차 발매국에 포함돼 있다. 중국의 판매가격은 5,288위안(91만원)이다. 아시아 치고는 상당히 비싼 편에 들어간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렇게 소매가격이 나라마다 다른 이유를 애플에서는 세계 각지의 지사에서 애플 본사 제품을 구입해 재판매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환율이나 세금이 달라 최종 소매가도 차이 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쨌든 이런 가격 차이 때문에 유난히 비싼 나라의 경우 값이 싼 나라에서 구매해 유심(USIMㆍ개인식별모듈)을 꽂아 쓰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아이폰6의 경우 과거 아이폰 모델과 달리 어느 나라에서 사더라도 한국의 LTE 주파수를 대부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의 한국 판매가격은 예전 모델의 경우 미국 판매가보다 몇 만 원 정도 비싼 편이었다. 환율이 자꾸 내려가고 있는 일본에서 아이폰을 사서 한국에서 쓰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나올 법하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2년이든 3년이든 통신사 약정으로 훨씬 싼 가격에 국내에서 사겠지만 말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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