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무료 제공은 계약 위반, 중단 안 하면 사용 계약 해지"
삼성전자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뮤직’에 대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음원 제공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3월 7일 밀크뮤직을 미국에 출시한 데 이어 9월 26일 온라인 음원유통업체인 소리바다와 손잡고 같은 서비스를 한국에서 시작했다. 밀크뮤직은 곡을 듣기 위해 비용 결제가 필요한 기존 서비스와 달리 최신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단 삼성전자 휴대폰인 ‘갤럭시 시리즈’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특정 곡을 선택하면 유사한 곡을 선정해 한번에 들려주는 ‘라디오 서비스’라는 점도 밀크뮤직의 특징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밀크뮤직의 무료 음원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면 음원 제공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음저협은 소리바다가 밀크뮤직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기로 한 계약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음원을 한정적으로 무료 제공하는 것은 협의 하에 가능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전면 무료 제공은 음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음저협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밀크뮤직은 저작권료를 소비자 대신 삼성이 지불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어플리케이션”이라고 주장했다. 또 “라디오 서비스 특유의 음악 추천을 통해 더 많은 음악 소비를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며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원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밀크뮤직을 내놓은 것은 미국 시장 모바일 음원플랫폼 선발주자인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애플이 iOS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아이튠스 라디오’는 2013년 9월 출시됐다. 이 서비스는 라디오 형태의 음원을 광고와 함께 듣도록 하고 있다. 밀크뮤직은 한발 더 나아가 광고 없이 곡을 들을 수 있다.
음원을 둘러싼 삼성과 애플의 신경전은 다른 곳에서도 보인다. 애플은 아일랜드 록밴드 U2의 새 앨범 ‘송스 오브 이노센스’를 9월 1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아이튠스를 통해 독점 선공개한다. 삼성전자는 2013년 7월 미국의 힙합 가수 제이 지의 ‘마그나 카르타 홀리 그레일’ 100만장을 사전 구매해 갤럭시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 바 있다.
이들의 경쟁이 음원을 자사 기기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라디오 서비스는 미국과 달리 저작권을 엄격하게 보호하는 유럽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애플 코리아는 아이튠스를 한국에서 서비스하지 않는다. 미국에선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의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다 음저협에 덜미를 잡힌 셈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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