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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됐지만... 靑 면담 염두 北 대표 머물 호텔 극비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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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됐지만... 靑 면담 염두 北 대표 머물 호텔 극비 예약

입력
2014.10.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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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 회담서 "준비" 밝혔지만 거부

북핵 인권 등 민감한 문제 거론 北 대표단 부담 느꼈을 가능성

정부 사전 물밑 접촉설 꾸준히 제기… 朴정부 "비공개 접촉 없다" 강조

김양건(왼쪽)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4일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김남식 통일부 차관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김양건(왼쪽)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4일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김남식 통일부 차관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새누리당(맨 왼쪽)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왼쪽에서 두 번째)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의원들이 4일 황병서(맨 오른쪽)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대표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맨 왼쪽)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왼쪽에서 두 번째)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의원들이 4일 황병서(맨 오른쪽)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대표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정홍원(왼쪽) 국무총리가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앞서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정홍원(왼쪽) 국무총리가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앞서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대표단과 함께 방문한 북한 측 경호원들이 남북 공동 대표단 간 티타임이 열린 인천 오크우드호텔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북한 대표단과 함께 방문한 북한 측 경호원들이 남북 공동 대표단 간 티타임이 열린 인천 오크우드호텔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은 전례 없는 파격으로 성사됐다. 북측이 하루 전에 거물급 인사의 방문을 전격 제의한 이후 정부 논의와 남북 간 조율을 거쳐 4일 전격 방문이 현실화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염두에 두고 극비리에 북한 대표단이 머물 호텔 객실까지 예약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의 거부로 ‘청와대 면담’은 결국 불발되고 말았다.

정부, 北 대표단 호텔 객실도 예약

4일 인천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남북 대표단 오찬 회담에서 우리 측 관계자는“청와대 예방 의사가 있다면 우리로서는 준비할 용의가 있다”고 북측 대표단에 먼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의사를 타진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는 추론의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정부는 북측 대표단의 박 대통령 면담을 위한 체류 연장 가능성까지 감안해 호텔 객실을 사전에 예약해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북측은 ‘4일 오전 10시 1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오후 10시쯤 귀환’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이 최고 실세들로 구성된 만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포함한 대남 메시지는 물론 박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을 우리 정부로서는 배제할 수 없었다고 한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남측을 방문한 북한 특사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당초 계획을 변경해 체류 일정을 하루 늘린 전례도 있던 터였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추론이나 준비는 북측의 거부로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정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 예방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간접적인 의사 타진이 있었지만 북한이 선수단 격려도 가야 하고 폐회도 참석도 있고 저녁에 바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라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방문이 당초 북측 시나리오에는 포함돼 있었지만 인천에 도착한 대표단이 일정 등을 감안해 즉석에서 거부 결정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북핵과 인권문제 등 민감한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부담감을 느껴 거부했다는 추론도 없지 않다.

사전 물밑 접촉은 없었나

북한이 3일 오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거물급 인사의 방문을 전격 제안한 이후 정부 논의와 남북 양측간 조율을 거쳐 4일 오찬 회담 등 당국자 간 만남이 성사되고 폐막식 참석 후 북한 대표단이 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이틀에 불과했다. 최고위급 회담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부가 사전 물밑 접촉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번 회담이 김정은의 ‘통 큰 결단’이 아닌 사전 물밑 접촉의 결과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남북 외교채널 간 물밑 접촉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뚜렷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데다 “남북 문제에서 비공개 접촉은 없다”고 강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여러 설의 하나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한편 이번 회담이 예정에 없던 일정인데다 그마저도 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북한 대표단의 휴게 숙소와 오찬 장소 등 장소 섭외에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데다 연휴로 몰려든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장소 마련이나 행정적 실무적 지원을 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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