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음인가… 서로 겹치는 부분 없어 '윈윈' 판단
카톡 대화방서 자유자재로 검색, 다음 카페서 카카오 프렌즈 사용 등
올해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가 지난 1일 이뤄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다. 1995년 창업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로 돌풍을 일으킨 뒤 네이버 버금가는 포털로 자리잡은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그늘에 가려 만년 2위를 벗어나지 못한 다음이 돌파구로 선택한 파트너가 바로 2006년 설립한 늦깎이 벤처기업 카카오다. 카카오는 2010년 대부분의 스마트폰 이용자가 사용해 국민 메신저로 부상한 ‘카카오톡’을 내놓으며 창업 4년 만에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모바일 기업으로 부상했다.
그만큼 국내 1위 모바일 기업과 2위 포털의 결합은 충격이자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다음이 갖지 못한 카카오의 모바일 사업 주도권, 카카오가 갖지 못한 검색과 이메일 및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가 결합되면 핵 폭탄급 파장을 지닌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 진용을 갖춘 다음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를 만나 이들의 도전과 미래를 들어봤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한다. 양 사 합병은 누가 제안했나.
“다음커뮤니케이션이다. 5월 초 최세훈 다음 대표가 제안을 하고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결심을 하면서 합병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다음이 상장사여서 밖에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주식이 막 오를게 뻔해 합병 결의까지 한 달을 넘기지 않았다. 이재웅 다음 창업주는 2007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여서 최 대표의 아이디어가 합병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제안을 받고 생각해 보니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 그렇다면 서로 득이 될 것이라고 봤다. 만일 네이버가 합병 제의를 했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톡과 비슷한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카오의 모바일, 다음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등을 포개어 놓고 보니 굉장히 좋은 그림이 나왔다.”
-양 사의 강점들이 결합돼도 얼마나 획기적 서비스가 나올 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스마트폰과 컴퓨터(PC) 이용자들의 인터넷 생활이 편하고 재미있게 변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화방 안에서 검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궁금한 것을 찾기 위해 더 이상 대화방을 빠져 나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카카오 프렌즈’ 등 눈에 익은 카카오톡의 캐릭터와 이모티콘을 다음의 카페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대화방, 게시판 등 양 사의 각종 서비스를 버무리면 굉장히 다양한 그림이 나온다.”
-합병 후 나아갈 방향으로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Connect Everything)’을 제시했다. 애매모호하다. 어떤 의미인가.
“연결 대상의 확장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사물인터넷처럼 사람과 사물 등으로 접점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관건은 수 많은 정보를 취합해서 누군가에게 가치있는 제 2차 정보로 가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마다 감지기를 설치해 위치, 주행속도 등을 측정한 뒤 이를 통합해 실시간으로 교통 상황을 각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그만큼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디선가 개인 정보를 모아서 관리한다면 섬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이 신뢰를 쌓는게 중요하다.”
-결국 개인정보 보호로 귀결된다. 요즘 카카오톡은 검찰의 감찰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이용자들이 불안해 한다. 실제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최근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가족 등 지인 3,000여명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들여다 봤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미덥지 못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 바람에 카카오톡을 탈퇴해 해외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
“40일치 대화 내용을 제공했다는 정 부대표의 주장이 사실처럼 알려져 많이 안타깝다. 법원이 카카오에 40일치 대화내용을 요구했지만 카카오가 제공한 것은 수사 대상자 1명의 하루치 미만 대화내용이다.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서버에 최대 일주일치만 보관된다. 일주일이 넘은 대화 내용은 완전히 삭제되므로 법원 영장을 제시해도 대화내용 제공이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줄이려고 한다. 최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의 서버 보관 기간을 기존 최대 7일에서 2,3일로 더 줄이는 방안을 이달 중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정황을 모르고 ‘카카오톡을 정부에서 들여다본다’는 소문에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갈아타고 있다. 우리도 피해자다.”
-텔레그램 내려받기 횟수가 30만건을 넘었다고 한다. 그만큼 카카오톡 탈퇴자 수가 꽤 많을 것 같다. 얼마나 되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변화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정확히 집계하지 않았다. 메신저는 대화 상대가 있어야 가치가 있는데, 아직 다른 메신저들은 카카오톡 만큼 이용자가 적어서 그런지 빠져 나간 이용자들이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보안을 생명으로 여긴다. 정말 실력있는 개발자들을 정보보호팀에 영입했고, 내가 정보보호 최고책임자를 겸하고 있다. 기업 대표가 정보보호 책임자를 겸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카카오톡 만큼은 정보 유출 걱정 없이 믿고 써도 된다.”
-정보보호와 더불어 다음카카오가 풀어야 할 난제가 해외 개척이다.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1등이지만 해외에서 인기가 낮다. 해외 시장은 어떻게 뚫을 생각인가.
“아직까지 해외 진출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카카오톡은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각각 다른 방법으로 공략했지만 성공 모델을 찾지 못했다. 합병을 계기로 여력이 커졌으니 카카오톡 외에 카카오게임 카카오스타일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더 많은 지역에 적극 선보이겠다. 방법은 국가별 특성에 맞춰 현지 업체와 합작할 수도 있고, 현지 업체를 인수합병(M&A) 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접근하겠다.”
-그렇다면 내년쯤 해외에서 네이버의 ‘라인’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라인과 이용자 수 등 단순 비교는 의미 없다. 우리의 목표는 각국 고유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성공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는 없다. 라인도 해외에서 성공하기까지 일본에서 고통스런 10년을 보냈다. 라인은 일본에서 많은 실패와 경험이 축적돼 최적화된 서비스로 거듭났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IT의 본산인 미국 실리콘밸리가 아닌 비영어권인 한국에서 나온 서비스에 대한 신뢰 부족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결국 진출하려는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여기 맞춰 서비스를 개편해야 한다.”
-구글은 내부에서 ‘악해지지 말자’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다음카카오의 모토는 무엇인가.
“개방과 공유다. 모든 것을 열어놓고 공유하면 자정 기능이 생긴다. 우리는 직원들의 지출 내역까지 사내 전자게시판으로 공유한다. 얼마전 임원이 해외 출장 때 비즈니스석을 탔더니 당장 댓글로 ‘꼭 비즈니스석을 타야 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알고 보면 무서운 회사다.(웃음) 이처럼 개방과 공유를 통해 직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며 회사의 나아갈 방향을 조율한다. 그래서 우리는 1인당 비용을 얼마로 제한하는 등 회식 관련 기준도 없다. 게시판에 내용을 서로 공유하다 보면 스스로 절약하는 등 조심하기 때문이다.”
-개방과 공유가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때로는 단점도 된다. 최근 카카오택시처럼 내부 사업 계획이 외부로 새어나간 경우가 있다. 누가 정보를 외부로 흘렸는 지 찾을 수도 없다. 아니, 오히려 찾으려 들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개방과 공유는 분명 단점이 있지만 지켰을 때 장점이 훨씬 크다고 믿기 때문에 밀고 나아가는 것이다. 다만 700명의 직원을 가진 카카오와 달리 합병기업은 3,000여명으로 인력이 불어나 이런 가치를 잘 지켜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럴수록 개방과 공유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다. 네이버 이길 자신 있나.
“이길 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버보다 잘 할 자신 있다.(웃음) 특히 다음과 합치면서 네이버보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낼 자신이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네이버도, 구글도, 삼성전자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를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조직이 커지면 느려질 것이고, 느려지면 이용자들과 불통이 될까 봐 두렵다. 그런 자충수를 두면 금방 무너진다. 그래서 이 큰 조직이 빠른 소통을 통해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인원 수에 상관없이 팀을 만들어 움직일 것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박나연 인턴기자(경희대 호텔관광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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