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 인공 심폐기 국산화 박차
연평균 10% 성장 예상… 의료산업 분야 '주목'
얼마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이 생긴 뒤 받은 치료 중 에크모(ECMOㆍ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가 화제가 되고 있다. 에크모(ECMO)는 체외막 산소화 장치로, 심폐부전이나 심장정지 등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혈액을 환자 몸 밖으로 빼내 인공막을 통해 부족한 산소를 공급해 다시 환자 몸 안에 넣음으로써 생명을 구하는 장비다. 환자의 폐 역할을 대신하는 일종의 인공 심폐기다. 에크모는 1950년대 외과의사인 기번의 오랜 연구 끝에 체외순환을 통한 심폐보조를 실시하면서 심장수술에 성공함으로써 임상에 첫 적용됐다. 국내에도 1963년 임상에 성공했다.
그런데 에크모를 임상 적용하려면 큰 혈관을 천자(穿刺ㆍ속이 빈 가는 침을 몸 속에 찔러 넣어 체약을 뽑는 것)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출혈과 장비 자체가 가진 생체 부적합성 문제 등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2000년 초까지 에크모가 임상에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1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인플루엔자에 의한 중증 감염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 환자에게 에크모를 적용해 생존율을 높였다. 이를 계기로 에크모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됐고, 생체적합성을 높인 장비가 속속 개발됐다. 국내도 최근 2~3년 사이 임상적용이 크게 늘었다. 특히 심장과 폐 이식수술이 보편화되면서 말기 상태의 심폐부전 환자가 이식 받기 전까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가교 치료(Bridging therapy)’의 수단으로 에크모는 특히 중환자 영역에서 필수적인 장비가 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호흡기센터 교수는 “에크모를 활용하면서 기존 치료법으로는 99% 사망할 수밖에 없는 심장마비, 급성호흡기능부전 환자 중 20~40%를 살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국내 에크모 시술은 2006년 283건에서 2007년 396건, 2008년 568건, 2009년 652건, 2010년 954건, 2011년 1,174건, 2012년 1,494건으로 늘었다. 2008년 이후 에크모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2008년 9억6,577만원, 2009년 13억8,552만원, 2010년 29억3,594만원, 2011년 41억5,734만원, 2012년 52억6,748만원이다.
이처럼 에크모 장비와 관련한 이슈는 의료적인 측면보다 수입에 의존하는 고가 장비로 인한 보험적용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에크모 사용이 급증하면서 임상 적용 잣대를 엄격히 따져 일선 의료진은 죽음 문턱에 있는 중환자를 두고 보호자와 돈 문제를 얘기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늘고 있다.
이를 타개하려고 정부는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연구원 기획연구과제로 ‘미래융합의료기기개발-스마트 올인원 심폐순환보조장치 개발’을 제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진료부 의료진과 서울대 의공학과가 주축이 돼 이 과제를 맡았다. 심폐부전 중환자를 치료하는 분당서울대병원의 현장 경험과 국내 의공학 분야의 선도적 원천기술을 가진 서울대 의공학과의 노하우를 조화롭게 연결해 산학협력의 모델이 되고 있다. 총괄 연구 책임자인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연구개발은 3년 간 기기개발 및 비임상시험을 거친 뒤 2년 간의 임상시험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며 세계시장 수출도 목표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만성 심폐부전 환자가 꾸준히 늘면서 전 세계 심폐순환보조장치 시장이 연간 8조원 이상, 연평균 10% 성장이 예상돼 국산화 에크모 장비가 의료산업 영역의 ‘아이폰’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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