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NC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6일 잠실경기 8회초. LG 선발 신정락이 NC 조영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5번 이호준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포수 최경철이 덕아웃 쪽을 쳐다보며 마운드 위로 걸어갔다. 곧바로 강상수 투수코치가 따라 나갔다. 이 때까지 신정락의 기록은 무안타 2볼넷. 프로야구 통산 12번째 노히트노런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5개였다. 대기록을 의식하기 시작한 신정락을 진정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보였지만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신정락과 한동안 대화를 주고 받던 강 코치는 덕아웃의 양상문 감독을 향해 교체를 요청하는 사인을 보냈다.
신정락은 마운드를 아쉽게 내려갔지만 LG는 프로야구 33년 통산 첫 팀 노히트노런의 진기록을 달성했다. 신정락에 이어 등판한 유원상이 1.1이닝 동안 삼진 2개 포함해 무실점, 신재웅도 9회초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냈다. 3명의 투수가 NC 타자를 내보낸 건 볼넷 2개와 실책 1개뿐이었다. LG 타선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극적인 끝내기 점수를 뽑아 마운드의 대기록을 완성했다. 팀 노히트노런은 메이저리그에서도 11번 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LG가 전한 신정락의 교체 원인은 투구 도중 오른손 중지 손톱이 들려 더 이상 투구를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8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펼치다 안타를 맞고 중단된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부득이한 사유로 교체된 건 드문 일이다. 신정락은 지난 7월 부상에서 복귀 후 이날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나성범이 빠지긴 했지만 NC의 강타선을 8회 1사까지 무안타로 잠재우면서 삼진도 9개나 곁들였다. 지난해 달성한 개인 최다 삼진(8개) 기록도 새로 썼고,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였다. 유원상에게 마운드를 물려 주고 힘없이 내려가는 신정락을 향해 LG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신정락은 경기 후 “3회부터 손톱에 이상이 생겼는데 8회 심각해졌다. 팀 노히트노런에 일조해 기쁘다”고 말했다.
LG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1사 후 박용택의 2루타로 찬스를 잡은 뒤 이어진 1사 1ㆍ2루에서 이진영의 우중간 적시타로 올 시즌 최고의 투수전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이틀 연속 끝내기 승을 거둔 LG는 한화에 승리한 5위 SK와 1.5경기 승차를 유지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인천에서는 SK가 한화를 11-1로 대파하고 4강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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