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들, 축제 분위기만 고조…訪南 3인방 소식도 보도 안 해
김정은 전용기 이용하면서 호위용 전투기 이륙 안 해 의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의 ‘2인자 그룹’이 4일 남한을 깜짝 방문하고 돌아간 이후에도 여러 궁금증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대표단에게 자신의 전용기를 내주는 파격 의전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정작 선수단의 귀국 환영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의문이 꼬리를 무는 양상이다.
● 김정은 어디로 갔나
김정은이 최측근 인사들을 대거 남한에 파견한 것을 감안하면 5일 오후 이들 대표단과 선수단이 귀국하는 자리에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선수단을 환영하는 모습을 북한 방송에서 생중계할 수도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순안공항에 김정은은 없었다. 김정은은 평소 체육활동을 장려하며 최고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경기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순안공항 환영 행사는 자신의 리더십을 한층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흘려버렸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이 6일 선수단의 귀환소식과 평양시내 퍼레이드 모습을 전하는 데 그쳤다.
4일 밤 귀국한 황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대표단의 움직임도 북한 보도에서 빠졌다. 4일 오전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가 대표단의 출발소식을 신속하게 전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김정은의 건강 이상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양건 부장이 우리측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지만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 실세로 구성된 대표단을 갑자기 남쪽에 보내는 충격요법을 구사한 것도 결국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진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에도 깜짝 쇼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없지 않다. 대표단 귀환 소식을 밋밋하게 전하기 보다는 조만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를 통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제안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대표단의 방남 성과를 부각시켜 남북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수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정은이 10일 노동당 창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일성ㆍ김정일 생일과 더불어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행사다. 그런 만큼 김정은이 이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건강 이상설이 증폭돼 북한의 체제 불안 우려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 북측 대표단 호위용 전투기 안 떠
북측 대표단을 태운 김정은의 전용기가 4일 오전 서해 직항로를 통해 남쪽으로 내려올 때 북측이 호위용 전투기를 띄우지 않은 것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에서 별도로 출격한 호위 전투기는 없었다”며 “우리측도 아시안게임 대비 경계용 기존 초계기 외에 추가로 전투기를 띄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 우리 공군은 군사분계선(MDL) 이남 10㎞를 비행금지선(NFL)으로 설정해 경계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북측 항공기가 접근하면 규정상 대응출격을 해야 하지만 북측의 호위용 전투기가 출격하지 않아 추가 전투기를 띄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서해를 통해 방북할 당시에는 우리측에서 별도의 호위 전투기가 증강 배치됐고 북측에서도 대통령 전용기를 영접하기 위한 전투기가 이륙했다.
이번에 북한 최고 실세를 태운 김정은의 전용기인데도 호위용 전투기가 없었던 것을 두고 북측이 평화 방문 목적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최고위급 대표단에 전용기를 내주긴 했으나, 영공에서 경호할 정도까지 배려하지는 않은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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