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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외교 또 다시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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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외교 또 다시 암초

입력
2014.10.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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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지국장 기소' 변수에 위안부 문제 日 태도 돌변

한일 외교가 또 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불구속 기소, 일본군 위안부를 둘러싼 일본 우익세력의 퇴행적 역사인식 등이 맞물려 조심스럽게 점쳐지던 연내 한일정상회담 성사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일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가토 전 지국장을 기소한 데 대해 “국제사회의 상식과는 매우 동떨어졌다”고 반발했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 장관은 “보도의 자유와 한일관계와 관련된 문제”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김원진 주일 정무공사를 불러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김 공사는 “우리 검찰 당국에서 법과 원칙, 사건 처리 기준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여 취한 조치인 만큼 한일관계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일본 언론은 이날 가토 전 지국장의 기소 소식을 1면 및 해설면을 할애, 비중 있게 다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산케이 신문을 적대시하는 청와대의 의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고, 친한 성향의 아사히(朝日)신문도 “이번 기소는 공직자 관련 보도의 면책 범위를 넓혀온 기존 사법부의 판단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한국 언론학자의 견해를 실었다.

구마사카 다카미쓰(熊坂隆光) 산케이 사장은 “일본 언론이 일본의 독자를 위해 일본어로 집필한 기사를 한국이 국내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허용되는가”라는 성명서를 냈다.

교도통신은 “최고권력자의 행동을 묻는 보도에 대한 법 집행은 한국 민주주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한일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논의도 꼬이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초 한일차관급 전략대회와 지난 달 19일 한일 국장급협의에서 “한일관계의 장벽 중 하나인 위안부 문제를 일본측이 타개할 방안을 제시하라”는 한국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자리서 일본측은 오히려 서울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상 설치 등 반일캠페인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4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위안부 기금설립, 일본 총리의 사죄편지 등 구체적인 해결책을 준비했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8월 아사히(朝日)신문의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의 위안부 증언기사 취소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를 계기로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마저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외교당국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아사히 오보사건 이후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것은 근거 없는 중상(아베 신조 총리)”, “새로운 담화를 발표, 고노담화를 무력화하면 된다(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 등 정치권의 퇴행적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한일 양국정부가 정상회담을 목표로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중일 정상회담에) 비해 조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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