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권 지음
어크로스ㆍ352쪽ㆍ1만5,000원
‘1인 1스마트폰 시대’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모든 이들이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공유한다. 그럴수록 ‘실수’도 늘어만 간다. 개인적인 영역을 지나치게 공개하다 구설수에 오르는 유명인들의 사례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인터넷 공간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정보기술 분야를 오래도록 취재해온 저자는‘디지털 리터러시(해독 능력)’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 개념은 단순히 스마트폰과 SNS의 사용 방법을 아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오프라인과는 다른 온라인 세계의 독특한 문법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지켜내기 위해 익혀야 할 감각과 생활 태도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저자는 디지털 리터러시에 민감한 업계 전문가들에 비해 일반 사용자들이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지나치게 무신경하다고 지적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구분이 불분명하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쓰는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있음을 쉬이 망각하고 ‘셀카’를 올리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쓴다. 다른 인터넷 공간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익명 공간인 것 같지만 엄연히 사용 이력이 남는다. 인터넷규약(IP) 주소나 자주 사용하는 아이디 등 작은 단서만 갖고 검색해도 신상 정보가 줄줄이 떠오른다. 프라이버시는 손쉽게 짓밟히고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개인 정보의‘전체공개’를 의도적으로 기본값으로 놓고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ㆍ저장하는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도 비판의 대상이다. 하지만 흔히 ‘무한 자유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인터넷에서 개인이 짊어지는 책임 역시 무한하다. 결국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의 생활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 디지털 공간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개인정보를 내놓으라 유혹하는 정보의 바다 속으로 무작정 자신을 던져 넣지 말고 ‘디지털 감각’의 날을 세워야 한다.
유언비어를 막겠다는 구실로 개인의 대화를 검열하겠다고 나선 정부와 그에 사실상 동조한 카카오톡에서 이탈해 ‘텔레그램’을 이용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는 데에 민감한 태도롤 보였다. 하지만 기술적인 우회만으로 프라이버시를 온전히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정부 권력과 기업에 의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했을 때 권리를 적극 주장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확산돼야 하고, 온라인에서 자신의 행동을 관리하는 개인적 실천도 병행해야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삶의 자세와 새로운 질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만한 책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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