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혈청 주입치료 못 받고 실험약물도 확진 닷새 지나 투여
"의료보험 없는 흑인 차별" 주장
미국에서 발생한 첫 에볼라 환자가 사망한 가운데, 환자가 투병 중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에볼라 비극이 인종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CNN 등 주요 외신은 9일 에볼라에 감염돼 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다 숨진 토머스 에릭 던컨의 가족과 지인들이 의료진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진료기록 공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라이베리아 출신 흑인 남성인 던컨이 다른 백인 미국인 환자와 동등하게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던컨은 우선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살아 남은 ‘에볼라 생존자’의 혈청을 주입하는 치료를 받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 생존자의 혈액을 수혈하는 방법이 에볼라 퇴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던컨을 치료한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은 한 번도 이를 시도한다는 발표를 하지 않았다.
서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살아난 켄트 브랜틀리 박사도 실험 약물인 ‘지맵’을 투여 받기 전 에볼라를 이겨낸 한 서아프리카 소년의 혈액을 수혈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나 미국 의료진은 지맵과 함께 에볼라 생존 소년의 혈액이 브랜틀리 박사의 기적적인 소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틀리 박사는 완치 후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또 다른 에볼라 환자인 릭 새크라 박사에게 자신의 혈액을 제공했고, 새크라 박사 역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는 서아프리카를 취재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NBC 카메라맨인 아쇼카 묵포에게도 브랜틀리 박사의 피를 투여한다고 밝혔다.
던컨이 지난달 30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고도 닷새가 지난 4일에서야 실험약물인 ‘브린시도포비르’를 투여하는 등 전반적으로 치료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진은 지맵이 동나자 임상시험 중인 브린시도포비르를 투여했고 7일에도 계속 주입하겠다고 밝혔으나 던컨은 8일 오전 사망했다. 던컨이 브린시도포비르를 주입 받은 첫 환자로, 위험부담이 있었다고는 하나 의료진이 과연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해 던컨을 살리려 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앞서 댈러스 카운티 판사와 함께 카운티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카운티 법원’을 구성하는 4명 가운데 한 명인 존 와일리 프라이스는 던컨의 치료 불평등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던컨을 최초로 진료한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이 가벼운 전염병으로 오진, 항생제만 처방하고 귀가시킨 이유가 흑인인데다 의료보험도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병원 측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인종과 빈부에 기반을 둔 차별로 던컨의 병세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의료진의 오진을 인정하면서도 “던컨을 다른 환자와 똑같이 대우했다”고 해명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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