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 건설을 철회하지 않으면 폭동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김대호(59) 강원 삼척 근덕노곡 원전반대투쟁위원장은 10일 “85%가 원전을 반대하는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핵은 절대 안 된다’는 주민들의 뜻이 모아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다시는 원전이 삼척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결사항전의 자세로 반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강원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등 진보성향의 사회단체들도 이날 “만약 정부가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삼척 주민과 전국의 종교ㆍ시민ㆍ사회단체와 연계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가세했다. 삼척원전백지화 범시민연대는 그린피스 등 해외 환경단체와 연대 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9일 치러진 원전 유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결과 67.9%라는 높은 투표율에 84.9%라는 압도적인 반대가 나오면서 삼척시가 향후 전개할 대정부 설득에 힘이 실리게 됐다. 하지만 삼척 시민들의 ‘원전 백지화’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삼척시는 앞으로 청와대와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전달하고 12월 예정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전원개발촉진예정지구 해제를 촉구할 방침이다. 김양호 삼척시장은 “시민들이 원전 유치를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의사를 정부가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지사 역시 “삼척 원전을 백지화하면 시가 대체산업으로 추진 중인 친환경에너지 단지 조성을 돕겠다”고 측면지원에 나섰다.
반면 정부는 주민투표 실시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산업부는 삼척 원전 개발사업이 2012년 9월 삼척시의 신청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실시됐고,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원전이 국가 에너지 수급 정책의 주요 결정 사항이고 단시간에 대체지를 찾기 어려워 삼척 원전은 예정대로 추진될 방침이지만, 정부 내부에서도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 시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할 경우 2003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밀어붙이다 주민들과 충돌한 전북 부안사태와 비슷한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주민투표에서 반대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척시와 대화를 하며 원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삼척=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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