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 9000억원에 사들인 캐나다 정유공장 매각하며 부채 1조7000억원 떠안아
한국석유공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추진의 일환으로 9,000억원에 사들인 캐나다 뉴펀들랜드섬의 정유공장 ‘노스 애틀랜틱 리파이닝(NARL)’의 매각 손실액이 약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제남(정의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 8월 NARL을 미국 투자회사 ‘실버레인지 파이낸셜 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NARL의 부채 약 1조7,000억원(17억7,200만 캐나다달러)을 떠안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금액은 NARL이 모기업 ‘하베스트’에게 지불해야 할 빚이다. “하베스트의 지분 100%를 석유공사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채권을 실버레인지로부터 받지 못하게 되면서 고스란히 석유공사의 손실이 됐다”고 김 의원실은 밝혔다.
하베스트는 매장량 2억2,000만 배럴의 석유ㆍ가스 생산광구를 보유한 회사로 2009년 석유공사가 NARL과 함께 4조원에 인수했다. 사업 전망이 밝다는 이유로 2조원 가까이 된 하베스트의 부채를 갚아주고, 이미 부실 논란이 있던 NARL까지 덤으로 매입한 것이다. 당시 공사는 하베스트의 요구로 NARL을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한편에선 MB 정부가 ‘석유공사 대형화’를 추진하며 무모하게 인수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인수 후 공사가 3,500억원을 투자했는데도 NARL은 40년이 넘어 노후화한 시설때문에 해마다 1,000억원의 적자를 내는 골칫덩어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2년 감사원은 인수 당시 NARL의 설비이용률(73.9%)을 91.8%로 부풀리는 등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석유공사가 두 손을 들고 매각을 결정했지만, 업계에선 “NARL의 재무구조가 워낙 불량해 실버레인지에게 받을 매각 대금은 많아야 1,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평가한다. 결국 잘못된 투자로 석유공사는 5년 만에 2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 셈이다. 공사는 아직 매각 대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하베스트와 NARL은 회계상 같은 회사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1조7,000억원을 엄밀한 의미로는 부채로 볼 수 없고, NARL에서 발생한 손실은 2012~13년 이미 공사의 손실에 반영돼 있어 추가 손실이 발생하진 않는다”며 “팔릴지조차 불투명했던 기업 매각에 성공한 건 성과”라고 해명했다. 2009년 당시 부실 기업을 인수했다는 걸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이 같은 정권 차원의 무리한 투자에 내몰리면서 작년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는 18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김 의원은 “매각 절차뿐 아니라 NARL을 인수하고 운영해온 과정도 자금 흐름이 불확실하다”며 “사실 관계를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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