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공포가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치사율이 최고 90%에 달하는 에볼라 출혈열은 아프리카에서만 8,000여명이 감염돼 3,800여명이 숨졌으나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는 않아 전세계 유행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스페인과 미국에서 2차 감염자가 나와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과 유럽 방역당국의 안이한 대처에 대한 질타와 함께 이대로 가면 전세계 감염자가 연내 1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에볼라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했던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지난 8일 숨진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텍사스병원의 여성 간호사가 12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본토에서 감염된 첫 사례인데다 가운과 장갑 등 보호장구를 완벽하게 갖췄는데도 전염돼 파장이 크다. 에볼라 의심 신고가 폭증한 가운데, 보건당국의 주장과 달리 상당수 병원들이 필수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았고 관련 교육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관계 장관, 보좌관들과 대책회의를 열었고, 유럽연합도 16일 벨기에에서 보건장관회의를 열고 확산 방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허술한 방역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심환자를 즉시 격리하기 위한 ‘에볼라 핫라인’도, 입원치료병원 지정도 실제 상황에서는 먹통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후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아프리카에서 6개월간 머물다 귀국한 뒤 발열 구토 등 증세를 보인 A씨의 신고를 받고 질병관리본부에 세 차례 전화했지만 ‘핫라인’은 가동되지 않았다. 게다가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에볼라 확산 3개국 입국자 명단에 없다는 이유로 일반병원 이송을 권유했고, 소방본부는 뒤늦게 울산의 한 지정병원에 연락했으나 병원 측은 지정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A씨는 열대열말라리아 환자로 판정됐지만, 초기 대응이 늦어진 탓에 결국 숨졌다.
가뜩이나 부산 지역은 20일 개막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를 앞두고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당국은 에볼라 확산 3개국 참가자 35명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계획 등을 밝혔지만, 3개국 외 인근 발병국가까지 합치면 170여명이 입국할 예정이다. 더구나 부산에는 에볼라 환자 격리치료시설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민들은 행사 취소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나친 공포감 확산은 경계해야 하지만,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구멍 뚫린 방역시스템의 점검 및 보완이 시급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