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 의존 실패한 국가" 규정, 세계 4위 규모 병력 휴전선 배치
中, 인근 해역 지배하는 것이 목표… 우주·사이버 공간 美 무력화 시도
러 모험주의에 지상군 파견해야, 이란은 지역적 목표 저해할 나라
미 육군이 향후 미국과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는 나라를 경쟁강국, 지역강국, 테러조직으로 분류한 뒤 이중 중국을 경쟁강국에 북한을 지역강국에 포함시켰다. 미군이 공식 보고서에서 실명을 밝혀 중국, 북한 등과 무력충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 육군은 15일 펴낸 ‘복잡한 세계에서 승리하기’(Win in a Complex World)라는 제목의 작전개념 보고서에서 “중국ㆍ러시아와 같은 경쟁강국, 이란ㆍ북한과 같은 지역강국, 알카에다ㆍ이슬람국가(IS)와 같은 초국가적 테러조직 등과 무력충돌을 빚을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미국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지정학적 또는 경제적 적국을 제압하는 총력전 개념을 담은 것으로, 미 국방부 주변에서는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로 불린다.
北 사전 징후 없이 한국 공격 태세
미 육군은 이 보고서에서 “북한을 중국의 후원에 의존해 살아가는 실패한 국가”로 규정하면서도 비대칭 무기 전반에서 미국이 대응태세를 유지해야 할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 노후했으나 여전히 규모가 크고 파괴력을 갖춘 재래식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핵무기를 늘리고 탄도미사일 능력을 강화한 것은 물론 정부와 군의 주요시설과 무기들을 지하 은신처에 설치해놨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은 사이버전과 생화학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미군은 한반도에서 생화학ㆍ방사능ㆍ핵무기(CBRNE) 등 대량살상무기 전반에 걸쳐 대응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 육군은 “현재 북한 정권에 대한 경제ㆍ사회ㆍ정치적 압력이 전쟁 또는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육ㆍ해ㆍ공군이 한국군과 공동으로 작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은 미 육군협회가 육군에 편제된 주요 부대의 임무와 규모를 알리기 위해 최근 펴낸 ‘2014-2015년 그린북’에서 북한 군사력에 대해 “사실상 사전 징후 없이 한국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세계 4위 규모인 병력의 70%를 휴전선 부근에 전진 배치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 2,300만명과 5만명의 미국인이 살고 있는 수도권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를 보유한 것은 물론 최근 핵ㆍ탄도미사일ㆍ사이버 등 비대칭적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 도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주한 미군은 M1A2 시스템개량형 V2 탱크와 AH-64D 롱보 아파치 헬기 등 최신예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주변국과 충돌에 대비 중
미 육군은 보고서에서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는 나라 중 중국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주변국 및 미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근 국가와 충돌에서 승리하기 위해 포괄적인 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과 직접 대립을 피하려 하면서도 민간자산을 이용해 미국의 (대중국)정찰비행 같은 행동들에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육군은 이와 함께 “중국은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 미국 전력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위성공격 능력을 개발하고 모든 군사작전에 사이버기술을 활용한 데 이어 정교한 미사일과 대공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군사력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육상ㆍ해상ㆍ공중ㆍ우주ㆍ사이버공간 등 전방위로 전력을 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은 왜 중국과 전쟁에 대비해 훈련하는가’라는 이날 BBC의 미 항모 조지워싱턴호 르포 기사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이 방송은 “중국의 장기적 목표는 중국 인근 해역을 지배하는 것이고 미 해군이 이를 가로막는다면 양국의 마찰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방송은 “지난 10년간 중국이 반복해온 정치 슬로건은 ‘평화적 부상’이었지만 시진핑 등장 이후 변화가 생겼다”며 “중국은 자신의 해역 너머 구역까지 손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해군은 미 해군에 상대가 되지 않고 아마도 오랫동안 격차가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미 항모들이 중국 인근해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무기를 개발해 왔다”며 신형 잠수함과 장거리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항모 킬러’로 불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예로 들었다.
패권 확장 러시아 대항 지상군 파견해야
러시아에 대해서는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패권을 확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강력한 미 지상군 파견이 러시아의 모험주의를 막고 국가적 역량을 보호하며 정치적 충돌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지역 패권과 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다”며 “특히 포괄적인 군사현대화를 추구하고 있어 미국의 지역적 목표를 저해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전쟁은 육군이 수행할 것”이라며 “그러나 적이 누구인지, 전투장소가 어디인지, 적들이 어떤 연대를 하는지 알 수 없어 모든 국가와 사람들에 대한 전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이먼드 오디에어노 미 육군참모총장도 보고서 서문에서 “미래의 무력충돌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지상에서 결론 날 것”이라며 “육군은 모든 영역에서 미국에 도전하는 적들을 격퇴하고 지속가능한 정치적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공동작전의 필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보고서를 미 육군이 지상군의 중요성을 강조해 국방예산감축을 막아보려는 의도에서 만든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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