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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슈케크에서 한 평양생각

입력
2014.10.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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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작가인 필자는 지난 9월 29일부터 나흘간 ‘나의 언어, 나의 이야기, 나의 자유’란 슬로건 아래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제80차 국제펜대회에 ‘망명북한펜센터’의 대표로 참가했다. ‘망명북한펜센터’는 제78차 대회에서 144번째로 가입한 정식회원국이며 국제대회 참가는 이번까지 세 번째다.

레닌과 스탈린이 만든 지구상 최대의 공산국가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소련)의 해체로 탄생한 키르기스스탄 공화국은 경제, 문화, 군사 등 여러 분야에 사회주의정서가 그대로 남아있다. 인구 100만의 도시 비슈케크에 첫 발을 딛는 순간 마치도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된 필자의 고향 평양과 매우 유사함을 강하게 느꼈다.

공공장소와 거리곳곳에 무언가를 선동하는 군중동상이며 정치성이 짙은 대형조형물들, 도로변 아파트 1층에 상점(가게)이 들어선 것이나 넓은 녹지를 양쪽에 품은 대로를 달리는 무궤도전차 등이 평양의 모습 그대로였으니 말이다.

우상인 소련이 붕괴한지 24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약간의 흔들림도 없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북한 사회주의체제 유지의 원동력은 어쩌면 전체 인민들의 정신을 병들게 한 수령우상화 문학작품과 관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양에서는 수령우상화 작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노동당 직속의 4ㆍ15문학창작단에서는 김일성 관련 문학작품이 생산되며 2ㆍ16문학창작단에서는 김정일 관련 소설, 서정시, 수필 등이 1년에도 수백 편씩 만들어진다. 한 해에 발표되는 신곡의 60%가 김정은 우상화 가요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특정 문학창작단에는 수백 명의 작가들이 있으며 정부의 배급으로 평양의 고급주택에서 일부는 자가용까지 갖고 산다. 수령충성작품 창작실적에 따라 노동당원의 영예를 누리며 고급가전제품과 식료품을 선물로 받는다.

전체 인민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작가들도 매주 사상검열을 받는 생활총화에 참가하니 당과 체제를 비판하는 글은 감히 쓸 엄두도 못 낸다. 당국의 철저한 원고검열을 받는 그들을 진정한 문인이라고 볼 수 없다. 사실상 노동당 전속작가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우상화 및 체제선전에 주제를 맞춘 작품만이 최고로 인정받는다. 현실이 그러하니 문학적 순수함은 완전히 퇴색되었고 역사의 진실, 주민들의 일상생활, 자유로운 의사표현 등을 사실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를 향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이야 말로 “주체형의 인간으로서 양심과 정의, 진실을 생명으로 하는 문필활동을 마음껏 한다”고 요란히 선전하는 노동당의 횡설수설은 정말이지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김정은의 사진만 찢어도 목숨을 구제 못하는 북한에서 어떻게 그를 비판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으며 여기에 무슨 표현의 자유가 있단 말인가? 불타는 집에 들어가 수령의 사진을 꺼내오면 영웅이 되고, 국제스포츠대회 우승소감도 신 마냥 김정은에 대한 찬양으로 인터뷰하는 그들에게서 문명과 지성은 사라졌다.

하루 24시간 중에 허기진 배를 부여안고 8시간 노동하고, 8시간 잠을 자고 나머지 8시간은 수령우상화 학습과 각종 노동당충성 정치행사에 몰입하는 북한주민들이다. 그것이 나라의 법보다 더 위력적인 수령의 교시이고 공민의 의무이니 말해 뭐하랴. 인간 생지옥이라도 그런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야만적인 김정은 독재정치 하에 짐승만도 못한 비참한 삶을 사는 2,000만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 키르기스스탄을 품었던 옛 소련의 사회주의제도에서 시작된 식량배급으로 주민들을 가혹히 통치하는 비정상의 김정은 독재정권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방법은 오직 통일뿐이다.

림 일 탈북작가ㆍ망명북한펜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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