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발언 열흘 만에 '항명' 권력 헤게모니 다툼 예고편
MB 세종시 수정안 반대 '원칙의 朴' 이미지 만들기 벤치마킹 해석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항명’으로 비쳐질 수 있는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그의 대권 의지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권력 지형을 개헌 찬반그룹으로 나눠 이에 반대하는 친박계를 솎아내는 동시에 당내 차기 구도를 본인 중심으로 확실하게 재편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대권을 향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지만 아직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박 대통령과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최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개헌 찬성 그룹 중심으로 대권 가도 재편
김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개헌 주장은 비교적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꽉 막힌 세월호 정국과 맞물려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떠나 개헌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연초에 이어 지난 6일 “개헌은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당내에서도 서청원 최고위원을 필두로 홍문종 윤상현 이정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일제히 반개헌론 엄호에 나서면서 개헌 불씨는 사실상 수그러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 대표가 사실상 개헌 가이드라인인 박 대통령 발언 열흘 만에 구체적인 개헌 구상을 밝힌 것은 사실상 ‘항명’이나 다름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집권 여당 대표가 주요 이슈를 두고 대통령 부재 중에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뭐라고 해석할 수 있겠느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청와대도 말을 아끼고 있지만 불편한 기색은 역력하다.
집권 여당 대표가 정권 2년 차에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개헌 이슈를 던진 것을 두고 이명박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 이슈로 각을 세웠던 박 대통령을 벤치마킹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원칙과 신뢰의 대권주자로서 이미지를 굳혔고,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당내 친박 그룹을 결속하는 효과까지 이끌어 냈다. 개헌이 공론화할 경우 세종시 수정안을 능가하는 메가톤급 이슈가 될 수 밖에 없고 김 대표가 상황을 잘만 관리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관측이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방중에 나선 것 자체를 2009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견주어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상기 이진복 이학재 이정현 등 측근 의원들을 대거 대동하고 미국을 방문 스탠포드대에서 특강을 통해‘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언급하는 등 대권 가도를 본격 시작했다.
친박 반대와 다른 잠룡과의 의견 조율이 관건
향후 1년 반 가량 전국단위 대규모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개헌 필요성에 호응하는 야당과 당내 개헌 찬성그룹을 규합한다면 김 대표의 개헌론이 실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장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이 알려지자 적극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정치개혁의 근본적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본다”며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우 원내대표는 “87년 체제는 이미 수명을 다했고 과반수의 여야 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는 만큼 바로 결단해야 할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갈등이 많은 우리 나라는 다수결에 의한 승자독식보다는 합의에 의한 분권형 권력주로서 오스트리아나 독일 같은 나라가 전형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김 대표가 언급한 개헌 방향까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 및 친박 그룹의 반대에다 여권 내 다른 대선주자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감안하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당장 김문수 위원장은 혁신특위 논의에 개헌을 포함시키자는 당내 일부 의원들의 의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홍준표 경남지사도 “대통령 동의를 얻어 정권 말에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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